부딪힐 용기
회사는 나 없이도 돌아간다. (참고로 나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회사라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뜻이고 능력을 착취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믿고 도망쳐야 된다) 그런데도 휴가를 갈 때면 계속 단톡방을 들여다보고 머리 한 구석에서는 혹시라도 내가 뭘 잘못하지 않았는지 생각한다. 이렇게 쉬는 날도 편하게 쉬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일에 매여있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분류에 사람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로는 진심으로 본인 없이는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극소수의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는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본인 대신 처리한 일을 수습하는 것이 더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일을 겪느니 차라리 쉬는 날에 회사일에 신경 쓰는 게 낫다고 경험을 기반으로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일에 자신도 없고 사람들에게 질책받는 것도 두려운 사람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섞인 사람이 바로 나다. 솔직히 초창기에는 후자에 더 가까웠다. 두려움 때문에 편히 쉬지는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일이 많았다. 사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팀장님 덕분이었다.
'그냥 좀 혼나!'
혼나지 않기 위해서 혼자 비효율적으로 애쓰는 시간이 길어지고, 핑계가 많아지고 눈치를 보게 되었다. 나의 에너지가 업무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외적인 것으로 분산되어 사용된 것이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팀장님이 어지간히 답답하셨던 것 같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잘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부딪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때 수많은 실수로 선생님과 부모님께 혼났을 그때 당시에는 그 사건들이 절망적인 일로 느껴졌지만 어른이 된 우리들은 그게 큰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따뜻한 학창 시절의 보호막이 아닌 조금 더 냉혹한 사회생활, 회사에서 다시 질책과 마주할 때가 되었다. 초창기에는 고통스럽고 민망하겠지만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또한 건강한 밑거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가끔은 건설적인 비판을 들어야 관성적인 회사 생활에서 각성도 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나에게 누구도 잘못을 지적해주지 않는다면 나를 포기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팀장님이 '그냥 좀 혼나'라는 말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잘못에 대해 정면 돌파하다 보니 업무도 빠르게 개선되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도 적어졌다. 그리고 우려했던 나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한 미지의 ' 무슨 일'은 생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