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누가 나의 고객인가

by 조이카멜

중학교 때 사춘기 감성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로 고전 소설책을 줬던 적 있다. 나로서는 굉장히 뿌듯했는데 나중에 돌이켜 보니 친구들은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다. 나에게 돌아온 것은 역시나 책 선물이었는데 복수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선물을 할 때는 주는 사람의 만족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할지 고민해서 골라야 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간과하게 되는 진실이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족은 취미일 뿐이기에 사주는 사람, 즉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팔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이런 활동을 잘하는 사람들은 영업사원들이다. 물론 얕은 술수로 영업하는 사람들은 초반의 높은 실적이 오래가지 못하지만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하고 위하는 사람들은 영업왕이 된다.


그렇다면 영업도 하지 않고 개인 사업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은 고객님을 생각하는 마인드를 장착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더군다나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입장에서 생각하는, 다시 말해 고객 중심적 사고는 고차원적인 활동으로 저절로 되지 않고 연마해야 하는 기술이다. 애써서 그렇게 할 필요가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 볼 만하다.


나는 회사에서 경영지원 파트에서 일했기 때문에 영업이 아니다. 영업 사원들을 보면 존경할 뿐이다. 앞으로도 사업은 안 할 것 같다. 그런데도 고객 중심적 사고가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고객이, 그것도 큰 손 고객이 못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바로 상사와 동료들이다.


'오늘은 고객님이 무엇을 원하시나.'


상사와 업무 논의는 고객에게 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과 같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방향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섣불리 자신하며 다 해드릴 수 있다고 과대 포장해서도 안된다. 진솔함으로 신뢰를 주며 다가가야 한다. 그럼 혹시라도 업무기한에 대한 연장과 추후 고객 불만족 상황에서 본 서비스보다 격한 애프터서비스로 고객님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다. 아, 그리고 기본 전제는 우리 고객님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이것은 내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입한 고객 모시기 설정으로 꽤나 유용하다. 더불어 부수적인 효과로는 상사를 불평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어 스트레스를 줄일 수가 있다. 세상에 별난 고객이 얼마나 많은 지 생각하면서 '오늘 고객님이 기분이 나쁘신가 보네'라고 여유롭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도, '고객님,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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