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숨의시간 01화

숨의 시간

by 잔별


불안이나 우울이 삶을 집어삼키면서 가장 먼저 가져간 것은 ‘숨’이었다. 나는 한순간도 제대로 숨 쉴 수 없었기에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명치끝엔 무언가 걸려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답답할 리 없었다.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었기에 나는 서서히 죽어가는 것과 같았다.

온전하지 못한 숨은 편안한 잠으로의 안내를 방해했다.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숨통이 조여 온다는 게 이런 걸까.


그야말로 낮과 밤이 살아있는 지옥이다.

내 세계에 존재하는 숨의 공간은 사라졌고, 피할 곳도 없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가 매일 쉬는 숨이, 아무렇지 않게 매초, 매 시각,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호흡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건 깊은 트라우마였다.


살기 위해선 숨을 쉬어야 한다.

나는 살기 위해, 숨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슬픔을 토해내듯 겨우 한숨을 내뱉고 하늘을 바라보면, 그곳의 변화가 너무 다채로워 눈물이 났다.

내가 사랑했던 하늘의 모습. 석양이 스며든 저녁 빛의 불그스레함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지없이 나를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자주 하늘을 보며 눈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조건반사같이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늘을 보면 눈물이 난다. 나는 누군가를 상실했다. 숨이 안 쉬어진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자리에 아무렇지 않게 있다는 게 다행이면서 잔인하게 느껴졌던 날들이었다. 앞으로의 날들이 그려지지 않았고, 혼자라는 사실을 자주 자각했다.


숨 쉬는 일조차 고통스러운 날들은 낮게 깔린 어둠처럼 서서히 지나갔다. 그 숨의 시간들이 모여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조용하게 흘러갔다.


지금의 나는 예전처럼 애써 의식하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예전의 나로 돌아갔다는 건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한번 쉬어버린 숨을 도로 마실 수 없듯이, 한번 흘러간 모든 일들은, 그 시간과 경험의 조각들은 도로 돌아오지 못한다. 결코 반복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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