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처럼 선명하던 일들이, 그 확실했던 감정이, 이제는 어제와 같지 않다는 게 큰 위안이라는 사실을 오늘 길을 걷다가 깨달았다. (정확히는 요가 명상 시간에도 자주 생각했고, 오늘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담담하게 요즘의 변화들을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기도 하다.)
라떼 시절에 유행했던, 사랑에 관한 유행어.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 배우가 했었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말을 기억한다. 그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뜨거웠던 감정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 특히 나는 그대로인데 상대방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되면,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이 무력감을 느끼고 초반엔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애원하고 싶어지고 매달리고 싶어지기도 하지. 인간의 감정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각자 다른 속도로 변한다는 건 실로 잔인한 일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비로소 살아갈 수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열정과 식어버린 냉정 사이를 지나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누군가의 감정이 나와 같지 않고, 나와 같은 속도로 나아간다는 게 아님을 깨닫게 되면, 처음엔 슬프기도,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체념하고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감정이 생겨나기도 하면서. 이제는 달라진 감정으로, (예전과는 같지 않지만) 꽤 괜찮은 상태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변하는 게 없다면, 우리가 잘 살 수 있을까.
사랑도, 감정도, 사고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죽은 인생일 것이다.
때론 변한다는 건, 변화한다는 말도 포괄적으로 담고 있기에, 변해가는 감정들 속에서 비로소 나는 어떤 부분은 성숙해지고 어떤 부분은 달라지고 있었다. 이번엔 긍정적인 의미로 변했다는 게 맞는 표현. 그래서 변한다는 게 꼭 나쁜 의미만은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고, 감정이 변하고 생각이 달라진다는 것에 위안을 얻었다.
이것이 꼭 남녀 간의 사랑이나 애정에 관한 문제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보다 넓은 의미로 내 삶이 조금씩이지만 달라지고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지난해 참 힘든 일을 겪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고, 사유하고 애쓰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노력들이 많았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변하고,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