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신없이 일을 하고,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제주는 여전했지만, 여전하지 않았다.
완연한 봄날씨를 보여주지 않았고
흐렸고, 비가 간간히 흩뿌렸고,
약간은 우울해 보였다.
오름에서 노루 한 마리를 만났다.
주차장에 내려서, 선산에 다녀오기까지 계속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렸다는 듯, 어디 가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고, 멈추어 서서 나와 눈을 맞추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질까,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노루를 바라보고, 노루와 인사했다.
남편을 생각했다. 나를 기다렸구나. 나를 맞으러 왔구나. 하는 생각과 긴 잔상이 내내 머리를 맴돌고 있다. 짧은 제주 일정, 노을을 보지 못한 아쉬움. 안녕하는 마음. 을 뒤로 하고 돌아와서 또 계속 일을 했다.
나쁘지 않게 지내고 있지만, 그저 이렇게 나는 살아가는 일을 해내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간다는 게 별게 아니구나 싶다가도 참 별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간 바쁘기도 했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좀 멀어져서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었었다. 글 근육을 키우라는 브런치의 잔소리를 듣고, 오래간만에 들어와 봤는데, 글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일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나와 같은 결의 친구들이 남아있어서 좋고, 가족들에게 잘하자는 마음, 무해하게 살아가자. 강아지와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마음 공간 정도는 가지고 살자. 그렇게 선하게
그저 내가 살아가는 일.
나를 살아내는 일.
나는 오늘도 나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