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벚꽃이 햇살 아래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흩날리며 꽃비가 되어 내리는 풍경.
제주 바다의 색이 흐린 날과 맑은 날, 너무도 다르지만, 그래서 그 변화를 관찰하는 게 즐거웠던 일.
마치 일출처럼 붉은 동그란 해가 바다 수평선 뒤로 사라지는 모습이나, 온 마을을 보라색이나 핑크색으로 물들이며 몽환적인 저녁으로 데려다주던 일.
내가 정말 사랑했던 제주의 노을. 그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의 빛이 너무 아름답고 비현실적이어서 나는 매일매일 일몰시간마다 베란다에서 꽤 오래 황홀한 시간을 보냈었다.
높은 건물에 다 가려져 반쪽만 삐쭉 내밀고 마는, 뭔가 아쉬운 도시의 노을이 아닌, 노을 자체로 온전히 빛났던 세상 속. 그러니까 그곳... 제주에서 나는 행복했었던가.
생각해 보니 행복했었던 기억들이 나의 마음을 그곳으로 이끈다.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나는 다시 제주에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제주에 가면 남편과의 추억이, 우리의 흔적이 너무 많아서 그 섬에 다시는 발 붙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온전히 너를 추억하며, 조심스럽게 그곳에 갈 수 있게 된 지금이 다행스럽다. 고 해야겠지.
제주에서 노을을 볼 때마다 감탄하는 나를 보고, 연애 시절 남편은 환히 웃으며 말했었다.
"무슨 말이야. 이 노을보다 네가 훨씬 더 예뻐."
그 말을 몇 번이고 해 주며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주던 사람.
서울에 있는 내게 엉성한 노을 영상을 보내고,
나의 마음을 움직여 롱-디 연애를 이기고, 기어이 결혼까지 하게 만든 사람.
그와 함께 했던 우리의 제주에, 나는 다시 가보기로 했다. 이제, 내게 다가올 제주는 어떤 모습일지 떨리기도 설레기도 한다.
예쁜 노을만큼은 꼭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