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머리 없는 놈
우리말로는 정, 영어로는 compassion이다
모두가 그러했다. 모를 일이었다. 야속한 놈, 인정머리 없는 놈, 뉘 땜에 병이 났겠느냐, 날이면 날마다 욕을 하는 방씨에게도 용이 오지 않는 일은 수수깨끼였다.
토지 2부4권 239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월선이 죽을병이 나서 자리에 누웠다. 남편이나 진배없는 용이에게 기별하였지만 용이는 찾아 오지 않았고, 방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용이에게 참으로 인정머리 없는 놈이라고 욕을 한다.
인정이란 남을 동정하는 따뜻한 마음을 말한다.
사람들 중에는 ‘그 사람 참 인정스럽다.’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쩌면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을까?’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있다.
인정이 있는 사람이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잘 살피고, 그 사람이 힘들거나 곤란한 형편에 처한 것을 잘 헤아려서 도와주거나 살펴주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우리는 알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났다. 지나가던 사제나 레위인은 그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어떤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보고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 가까이 가서 상처를 싸매어 주고는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서 간호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참 인정많은 사마리아인이다.
우리말로 하면 ‘정’이고 영어로 하면 ‘compassion’이다.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불행에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타자의 불행에 대해 차마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도우려는 본성이 있다고 한다. 그 것이 맹자가 말하는 측은지심이다. 타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시작인 것이다.
오리온 쵸쿄파이가 ‘정’이라는 컨셉의 광고로 성공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정이 넘치는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의 사이에서도 중요하지만 촘촘한 사회복지 제도로 이 겨울에 추운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도 ‘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