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는 용정 시내로 하숙을 옮기면서부터 한 가지 버릇이 생겼는데 할 일 없이 거리를 쏘다니는 그 버릇이다. 두메는 항상 외로웠고 쓸쓸했다. 사람이 그리웠다. 특히 여인에 대한 그리움은 번번이 충동적으로 그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
토지 2부4권 97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두메는 귀녀가 옥중에서 낳은 아들로 강포수가 데려가서 산속에서 키운 아이다. 두메가 자란 후 강포수는 두메의 교육을 위해 용정의 공노인을 찾아간다. 두메는 송장환에게 맡겨져 상의 학교를 다니게 된다. 두메는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성장한다.
엄마 없이 아버지 강포수의 손에 자란 두메다. 그는 항상 외로웠고 쓸쓸했다고 작가는 적고 있다. 사람이 그리웠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어릴 적에는 부모 없는 서러움이 제일 크고, 그 중에서도 엄마 없는 설움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어린 아이에게 엄마 품보다 더 필요한 곳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이 그립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현제명의 ‘고향생각’이라는 노래다. 어느 날 그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다니 얼마나 외로울까?
해가 지는 어스름에 사람은 더 외롭다. 무더운 여름보다 추운 겨울에 사람은 더 외롭다. 밖에 있던 사람도 해가 지면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달려가게 되고 집에 있는 사람도 어스름이 찾아오면 밖에 있는 식구들이 어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사람은 늘 사람이 그립다.
여기에서의 그리움은 어떤 특정한 인물이 그립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어떤 시인은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늘 그리운 것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도록 설계된 ‘더불어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두메도 우리도 늘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