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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Voice talk

: 전화와 함께하는 출퇴근길

by 한태경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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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1시간, 퇴근길 1시간 동안은 애인과 전화를 한다. 한국과 캐나다 밴쿠버의 시차는 17시간이 난다. 17시간 미래에 살고 있는 애인과 17시간 과거에 살고 있는 나의 시차는 꽤나 커서 일부러 맞추지 않는 이상은 연락할 수 있는 때를 잡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의 스케줄과 애인의 스케줄이 묘하게 들어맞게 되어서 하루에 2번씩 통화를 한다.


새벽 5시 50분에 출근을 하면 한국은 오후 11시 50분이다. 내가 전화를 할 즈음이면 애인은 잠을 잘 준비를 하고 내 전화를 받는다. 나는 애인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회사에서 별 일은 없었는지를 묻고, 애인은 나에게 잠은 잘 잤는지, 출근길의 컨디션은 어떤지를 묻는다.


오후 3시에 퇴근을 하면 한국은 오전 8시이다. 내가 전화를 할 즈음이면 애인은 이제 막 잠에서 깨서 내 전화를 받는다. 나는 애인에게 잠은 잘 잤는지, 배가 고프지는 않는지를 묻고, 애인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가게에는 별 일이 없었는지를 묻는다. 그러고는 1시간 정도 보이스톡과 페이스톡을 번갈아가며 하다가 한국에 있는 애인이 회사를 도착하는 10시 15분 정도에 전화를 마친다.


캐나다를 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17시간의 시차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는데, 하늘이 도우신 듯 서로의 스케줄이 미묘하게 잘 들어맞게 되었다. 정말 다행이라고 애인과 자주 이야기한다.


문득 이 전화 통화가 없었다면 나의 밴쿠버 생활이 어떤 느낌일지 자주 생각한다. 그때마다 그 출근길과 퇴근길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애인에게 곧잘 “출퇴근길의 Y와의 대화가 내게 얼마나 힘이 되는 줄 모른다”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거짓 하나 없는 진실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혈혈단신으로 머물고 있는 내게 한국에서 걸려오는 이 2번의 전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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