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5일 채널에 업로드된 나의 시계, 오리스(Oris) 롱 톨 덱스(Long Tall Dex). 김생활님의 소개를 받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유튜브 <생활인의 시계>)
<생활인의 시계> 예찬
유튜브 채널 <SHW 생활인의 시계>(youtube.com/@shw)는 나의 시계 생활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구독자 8.7만 명에 동영상 431개(2023년 12월 1일 기준). 화려하지는 않지만 탄탄하게 쌓은 내실을 지닌 시계 관련 동영상 업로드 채널. 나는 이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된 2020년 겨울, 이 채널의 모든 영상을 하루에 열댓 번씩 돌려보았다. 지금도 여전히 시계를 사랑하듯 이 채널을 각별히 생각한다.
채널의 초창기부터, 채널의 호스트인 김생활은 시계를 열심히 소개해왔다. ‘생활인을 위한 시계'를 소개하고 알리는 것을 목표로 자신이 가진 시계, 영상이 올라오는 시점에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시계,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시계를 소개해왔다. 나는 특히 시계의 역사, 브랜드의 역사를 같이 설명하는 영상의 앞부분을 매우 좋아했다. 해밀턴(Hamilton)이 지금 스위스에 옮겨오기 전, 미국의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이라 불리던 시절에 대한 설명이나, 롤렉스(Rolex)의 GMT 마스터 이전에 전 세계의 시간을 한눈에 보게 해 준 글라이신(Glycine)의 에어맨(Airman) 시리즈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 어쩌다가 미국의 부로바(Bulova)가 쿼츠(quartz) 시계의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잊히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즐거웠다. 또한 역사는 없지만 특출난 이 시대의 브랜드, 포이보스(Phoibos), 젤로스(Zelos), 발틱(Baltic)이나 라콘터(Raconteur)와 같이 200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마이크로브랜드(microbrand)의 시계를 소개받는 일이 좋았다.
시계를 조목조목 따져보는 영상의 후반부도 좋았다. 항상 케이스 크기부터 설명한 뒤에 러그투러그(lug-to-lug)의 길이, 다이얼과 시분침의 모습, 케이스의 마감, 시계줄로 이어지는 그 흐름. 그 속에서 나는 시계를 보아야 할 때 어떤 지점을 살펴야 하는지, 어떤 곳의 마감이 특출날 수 있는지, 손목 위에 올렸을 때 어떤 요소를 짚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다시 말해, 시계를 보는 심미안의 기술적인 요소를 이곳에서 배울 수 있었다.
매번 새로운 시계 브랜드를 만나는 일도 좋았다. 다들 한 번쯤 얘기만 들어본 초고가 시계들, 파텍 필립, 리차드밀(Richard Mille), 예거르쿨트르(Jaeger-LeCoultre), 로저드뷔(Roger Debuis)의 시계들을 만나면서, 김생활은 이 시계가 어떤 지점에서 좋은 것인지 누구보다 성실하게 설명해 나간다. 이 시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싸다’는 설명을 제외한다면, 이 시계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생활인의 시계 채널이 성장하면서, 영상 속 이야기도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202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 앤 원더스(Watches and Wonders Genève 2023)에 직접 방문하여 각 시계 회사의 CEO나 공학자를 만나며 얻은 인터뷰들, 일본 시부야에 위치한 시계 매장 ‘호세키히로바(housekihiroba)’에 대한 소개, 한국에 위치한 캉카스(kangkas) 백화점 강남 메종에 방문하여 만나본 시계들에 대한 이야기. 이처럼 채널은 동분서주하며 시계를 사랑하는 이가 사랑할 수 있는, 그러나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전해준다.
이외에도 시계를 사랑하는 생활인들을 초대해 나누는 ‘생활인이 사랑하는 시계’ 영상이나, 주변 시계인들과 나누는 만담 같은 대화들, 그리고 채널에서 시도했던 짧은 시도들(‘3분 시계 소개’, ‘이번달 시계 소식’)마저 좋다. 그밖에 시계를 담아내는 영상미, 새롭게 시도되는 연출, 시계의 옆에 놓인 소품까지도 그렇다.
적지 않은 품이 드는 일을 이 채널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동시에 깔끔하게 해낸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굳건히 자리 잡고서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하게 공급한다. 그러니 이 채널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예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새로운 취미를 일깨워준 소중한 채널이다.
항상 나는 이 채널과 관련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기계식 시계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는 물리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실체가 좋으므로, 이 채널의 자료들이 손에 잡힐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길 항상 바라왔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내가 작성하게 된 <시계인의 생활>이다. 이 연재는 <생활인의 시계>와 그 채널을 이끌어 가시는 김생활, 노생활 그리고 그 밖의 모든 분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 기반한 오마주(Homage)이다. 오늘도, 언제나 그렇듯, 좋은 영상을 올려주셔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