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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Sep 22. 2022

인생을 견디는 법


수만 번 다독이고 다독여 조금은 단단해졌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삶이 뒤통수를 친다. 모두들 그렇게 넘어지고, 쉬어가고, 다시 일어서며 사는 거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이 불안하고, 앞 날이 답답한 날이면,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씻겨지지 않은 얼룩처럼 가슴에 얹히는 날이면, 무너진 틈 사이로 무작정 활자를 쑤셔 넣는다.


닥치는 대로 글을 읽는다. 읽고 또 읽으며 딴생각의 여지를 깨끗이 없애버린다. 그렇게 찰랑찰랑 차서 넘치고 넘칠 때까지 글을 읽고 나면 이제 쏟아부을 차례다. 빈 화면을 켜고 타닥타닥 거친 소리를 내며 아무도 보여주지 못할 글을 쓴다. 아무 생각 없이 날 것의 감정을 닥치는 대로 뱉어내고 나며 바닥을 더듬어 디딜 힘이 조금은 난다. 그러니 어찌 읽지 않고 쓰지 않고 인생을 견디겠나.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쓰고, 누군가는 식물을 기르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산을 오르고,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난다. 그런 것조차 없으면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결국 삶을 이어지게 하는 건 쓸모없고 보잘것없고 돈도 되지 않는 그것. 그것들이 고비고비마다 우리를 살게 한다.


이따금 왜 이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나 고민되는 밤이 있다. 잘 살기 위해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내 인생도 실용성과 효용성을 좀 따져봐야 되지 않나. 지나온 내 인생 궤도가 잘못되어도 한참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 역시나 책이 위안이 된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


쉽게 잊히는, 그러나 꼭 잊지 말아야 할 글귀를 꼭꼭 씹어 삼킨다. 그렇다. 삼천포를 이리저리 방황하는 우리들은 잘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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