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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Oct 27. 2024

그래도 믿어


처음 어른이 되었을 때 당혹스러웠어. 내가 배운 세상과 너무 달라서. 냉정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질려버렸지. 세상이 무서웠어. 너무 기대했던 것일까. 허황된 생각을 품었던 것일까. 지나치게 순진했던 나를 탓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어.


그러다가 너를 만났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스르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왔지. 너는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었어. 내가 선택하지도,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주어진 사랑. 잔잔히 무지개 빛깔로 스며드는 그 사랑을. 너와 걷는 세상은 어쩐지 다정하더라. 메마른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너와 함께 작은 기대들이 자라기 시작했어.


그렇게 마주한 세상은 내가 배웠던 그 세상이 맞더라. 내가 생각했던 세상이 맞더라고.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했고 세상은 아직 살만하더라고.


다만 내가 착각했던 건 이거였어. 이 세상에 100퍼센트는 없어. 누구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지.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상황마다 달라져. 선하다고 생각했던 누군가에게도 악한 면은 있지. 이 당연한 사실을 간과했던 거야.


어린 나는 선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이질적인 면을 보는 순간 그 사람에게 실망했어. 그것을 성급하게 일반화하고 확대해석해 세상을 불신했지. 지금의 나는 그 사람의 1퍼센트의 선함을 믿어. 세상의 이면에 꽁꽁 숨겨진 따뜻함을 그럴싸하게 해석해서라도 믿으려고 노력해.


불신보다 믿음이 훨씬 낫더라고. 믿는 게 더 편하더라고. 믿는 게 더 재밌더라고. 그리고 살아보니 그게 훨씬 본질이 가깝더라고.


이젠 어떤 일이 와도 그냥 믿기로 했어. 기왕이면 냉혹한 세상보다 다정한 세상에 살고 싶으니까. 너에게도 이런 세상을 주고 싶어. 안에 다정한 믿음을 채워주고 싶어. 그리고 네가 홀로 세상과 마주  확신을 가지고 말해줄 거야. 그래도 믿어보라고. 아직 살만하다고.


- 무지갯빛 세상에서, 너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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