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날이 있다. 애쓰고 애써 끌어올리려고 해도 자꾸만 침몰하는 밤. 온갖 자기 합리화를 들이부어도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하고 다시 꼬꾸라지는 밤. 그런 밤이 누구에게나 곧잘 있지.
그럴 땐 탄수화물을 마음껏 먹자. 포만감에 밀려 우울함이 달아나도록. 배가 부르면 늘어난 공간만큼 여유가 생길지도 몰라. 거기에 달콤한 디저트를 더하고 노곤노곤해진 나를 깊은 잠으로 밀어 넣자. 자자. 일단 다 잊고 잠으로 도망치자. 소란스러운 위로보다 고요한 잠이 더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그렇게 푹 자고 나서 거친 파도가 조금이라도 잠잠해졌다면 모퉁이를 생각하자. 내가 서 있는 여기는 모퉁이라고. 이 모퉁이를 돌면 그토록 원하던 반짝 반짝이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 순간을 두고 지금 포기해 버리는 건 진짜 너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조금만, 아주 조그만 더 견디면 된다고.
모퉁이를 생각하며 아주 조금만 더 버티자고, 작은 힘을 모은다. 그 작은 힘으로 잠깐 살아가고 또 힘들면 잠시 쉬었다가 어르고 달래 다시 살아간다. 산다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순간들을 잇고 또 이어나가는 일이 결국 살아내는 일이리라.
우리는 티 없는 온전한 하나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각자 순간의 조각을 모으고 모아 자기만의 패치워크를 엮어가는 것이다. 얼기설기 엮어가는 그 모습이 애달파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런 거라고. 그래서 그 엉성하고 조잡한 흔적들이 결국 나만의 아름다운 무늬가 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