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지 않을 때 너와 나는

에스텔 비용-스파뇰, <똑,딱>

by 숨님

똑이와 딱이는 알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모든 것을 함께 합니다. 둘이 발맞춰 걷고, 춤추고, 이야기하고, 기대어 잠들죠.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딱이가 사라졌어요! 똑이는 딱이를 찾아 온 숲을 헤매고 다닙니다. 그런 똑이에게 개미들은 묻습니다. 우리는 딱이 없는 똑이는 본 적 없어. 넌 누구야? 넌 누구냐고!




‘나’를 설명하는 많은 것이 있습니다. 이름, 나이, 하고 있는 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못 먹는 음식, 그리고 내 옆에 있거나 없는 사람들. 우리는 상대의 눈에 비친 나를 봅니다. 지금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지고, 함께 있을 때 이제까지 비어있던 어떤 부분이 채워지는 것 같기도 해요. 개미들의 질문은 사실 똑이 마음속에 있던 말이 아니었을까요? 딱이가 없어지다니, 난 항상 딱이와 함께였는데 그럼 나는 이제 무얼 하지? 누구랑 있지? 난 누구지?

딱이를 잃어버린 똑이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차 오릅니다. 마음은 훌쩍훌쩍해지고, 걸음은 다급해지죠. “딱이가 없어도 난 똑이라고!” 외쳐보지만 이내 눈물이 뚝뚝 흘러내려요.


딱이는 곧 발견됩니다. 황망해하는 똑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딱이는 다른 새들과 즐겁게 날고 신나게 웃고 있습니다. 딱이를 발견한 똑이는 얼른 나뭇잎 뒤에 몸을 숨깁니다. 당혹감, 부끄러움, 분노, 슬픔... 나뭇잎에 가려진 똑이의 표정을 상상해 봅니다. 나 없이도 저렇게 행복하다니, 믿기 힘든 현실에 바닥에 축 늘어지고 말아요.






양팔저울의 양 끝에 ‘혼자’와 ‘함께’가 있습니다. 똑이가 딱이를 잃어버리고 찾는 과정을 쫓아가다 보면 확연히 ‘함께’ 쪽으로 기울어 있던 저울의 한쪽 팔이 조금씩 조금씩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똑이는 슬픔에 잠겨 있는 동안 무언가를 발견해요. 사라졌던 딱이도 똑이 없는 동안 무언가를 발견하죠.


당신이 없을 때도 나는 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있지 않을 때, 내가 나의 세계를 넓혀가는 동안 당신도 당신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다 다시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똑딱, 소리도 못 들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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