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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엉뚱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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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학년을 무탈히 보내고 방학을 맞은 아들. 학교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론은 무탈했다고하고싶다. 다른 글에도 적어보았듯이, 다른 아이보다는 확실히 느리게 성장하는 것이 단순비교만으로도 보이는 친구다.

어릴때 열성경련을 두어 번 겪은 후, 선행은 커녕 기본적인 우리 한글교육도 안하고 학교에 들아갔더랬다. 아! 어린이집에서 글자 끄적여본게 전부인가?

그래도 문제없겠지, 누나처럼 구몬이나 밀크티같은 것으로 한글 안띠고 입학해도 자연스레 배우게 되겠지하고 생각한 것이 큰 오산이었다.


입학하니 한반에 15~20명 정도 되는 귀여운 1학년들. 학부모 상담 때 한글 모르는 아이가 3~4명 정도이고, 그 중에 우리 아들이 들어간다고 하셨다. 아기같이 행동하고, 한글도 모른 채 학생이 되니 1학기 때 자주 친구들이 괴롭히는 것 같이 맞고 오고, 칠칠맞게 다녀보여 참 답답하였다. 남과 자꾸 비교하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성장도 느리고, 글도 모르니 당연히 학교 수업 집중도는 최악인 상태. 선생님과의 상담 후 방학 때 한글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책을 혼자 읽는 수준은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재미있는 책은 나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보기도 한다.

아빠는 자유시간!


2학기 때는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종종 보고 왔다. 단계별로 주 1회 테스트가 진행되었는데, 30점부터 100점까지 다양하게 맞아온 아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고 간 아들의 모습이 참 기특했다.

어느 날, 일하고 있는데, 아내가 보내준 사진 속에는 50점을 맞은 아들의 시험지가 있었다. 그려러니 하고 다시 일을 하려는 와중 눈에 다시 들어온 시험지!

세종대왕이 50점이라니세종대왕이 50점이라니

아들녀석이 이름 란에 자기 이름이 아니고, ‘세종대왕’이라고 적었다. 아니, 극 ISTJ인 나는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뭔 장난을 해도 이런 장난을 하는거지!?"라며.

한편으로는 실소가 나왔다. “이 녀석, 세종대왕님이 하늘에서 노했겠다!. 한글을 창제하신 분이 반타작이라니. 허허허허허“ 라며. 이런 엉뚱한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누나는 날 닮아 그런지 정해진 규율, 규칙을 지키는 것에 진심이다. 반면 스트레스는 더 받는 것 같지만, 아들은 정 반대라서 참 신기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차지하고, 아들의 호기심과 열정, 동심은 늙어가는 나에겐 참 부러운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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