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침루틴 만들기
백수들은 흔히 아침 늦게 일어나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 또한 백수로, 히키코모리로 생활을 이어가며 규칙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꼈다. 나를 깨울 알람도 필요 없고, 제 시간에 어디를 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하루를 보내는 데 급급했고,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갔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를 일도 없고, 해야 할 일을 정해주는 사람도 없다 보니 하루의 시작과 끝이 흐릿해졌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무기력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었고, 규칙적인 생활은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하게 된 주말 알바 출근만큼은 열심히 한다. 8월부터 12월까지 20주 넘게 일하면서 단 한 번의 지각만 있었다. 매 주말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일찍 도착해 문을 열었다. 이 정도면 꽤 성실한 편 아닌가?
문제는 일을 하지 않는 날들이다. 일하지 않는 순간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한다.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음에도, 나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지식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방향을 정하지 않은채 몇 달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가 더 막막하다. 아침에 밥을 먹고 나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지 않기 위해 기상 후 1시간 반 뒤에 커피를 내려 마신다. 그리고 그다음엔 뭐랄까...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중간중간 커피를 마시러 나가거나. 하루 30분 쯤은 책읽기. 조금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영화 한 편 보는게 내 일상의 전부다.
이런 생활을 고치고 싶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루하루가 더 막막했다. 아침에 밥을 먹고 기상 후 1시간 반 뒤에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다음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중간중간 카페에 나가거나, 하루 30분 정도 책을 읽고,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단조로운 생활을 고치고 싶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최근 읽은 책에서 한 자영업 코미디언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일주일에 세네 번 아침 9시에 도서관에 간다고 했다. 내가 자주 가는 남산 도서관에도 고급차들이 많다. 도서관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가면 고급차 주차장이 꽉 차 있고, 한두 시간이 지나면 그 차들은 사라진다. 이른 아침 도서관에 가는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에서 무언가 힌트를 얻고 싶었다.
솔직히 그의 모든 말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책을 많이 읽고 준비를 강조하는 그의 이야기는 실용적인 지식보다는 추상적이고 동기부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 점은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침에 나가는 루틴을 만들면 조금 더 규칙적인 생활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말에 완전히 공감하지는 않았지만, 도서관이라는 장소와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일이 내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루틴을 직접 실천해보기로 했다. 내게 필요한 건 대단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작은 실천에서 오는 성취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침 도서관은 도보로 15분 내외 거리라 접근성이 좋았다. 이미 책 읽기를 매일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여기에 새로운 습관 하나를 더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침의 찌뿌둥한 기분을 없애고 싶었고, 1~2주에 한 번 카페에 나가던 습관을 조금 더 발전시키고 싶었다. 도서관이라면 아침을 더 의미 있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화요일, 도서관에 "무조건 가야 하는 날"이 있었다. 반납 기한과 예약 도서 대출 기한이 겹치는 날이었다. 이왕 가는 김에 9시에 맞춰 도착해 규칙적인 아침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10시 반쯤이었다. 늦은 이유는 커피 때문이었다. 기상 후 1시간 반 뒤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 때문에 준비가 늦어진 것이다.
이 실패를 통해 도서관에 9시에 도착하려면 아침 7시에는 기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1. 7시 기상 후 바로 밥 먹기
2.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8시 15분에 커피 추출
3. 8시 45분에 나가기
다음 날, 간신히 알람에 맞춰 7시에 일어났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기 전 나갈 준비를 모두 끝냈다. 기상 후 1시간 반이 지난 8시 15분쯤 커피를 추출한 후, 나가기 전까지는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9시에 도서관에 도착했다. 코미디언의 글처럼 도서관 주차장에 고급차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가 말한 남산은 더 붐비는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서울이지만 부촌도 깡촌도 아닌 어중간한 곳으로, 도서관 주차장은 지하에만 있어 차를 쉽게 볼 수 없었다. 열람실에 들어서자 주변을 둘러봤다. 절반은 온라인 강의에 집중하는 청년들이었고, 나머지는 신문을 읽는 6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그들은 마치 삶의 수레바퀴에서 내리거나 다시 올라타려는 과도기에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나는 자리에 앉아 25분 타이머를 설정한 후 책을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 집에서처럼 완전히 몰입하지는 못했다. 여러 가지 잡념이 스쳐 갔다. 하지만 적어도 9시에 도서관에 도착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 화요일에 빌렸던 책이다.
종이책의 조용히 스치는 책장 넘기는 소리는 내게 이상한 안정감을 주었다. 비록 완전한 몰입은 아니었지만, 이 공간 자체가 주는 무언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5분 타이머가 갤럭시 워치에 울렸다. 그 순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참았다. 오늘 하루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야 하니 완급 조절을 했다.
무언가를 대단히 이뤄낸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는 느낌은 있었다. 적어도 집에서 찌뿌둥하게 누워있는 것보다는 나은 하루를 보낸 듯했다.
규칙적인 생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패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중요한 건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느냐이다.
앞으로 4주에서 8주 동안 주 3회 이상 도서관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매번 9시에 도착해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만의 규칙적인 루틴을 만들고, 작은 성취감을 쌓아가고 싶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습관이 나의 일상을 조금씩 바꾸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4주 뒤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아침을 맞이하며, 8주 뒤에는 규칙적인 생활이 내 삶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집에서 찌뿌둥하게 누워 있는 것보다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하루가 훨씬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