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었다.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3일 연속이었다. 매일 반복된 발걸음이 이제는 작은 성취처럼 느껴졌다. 문득, 이런 꾸준함이야말로 내가 잃어버린 삶의 균형을 되찾아가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작은 미소를 건네며 도서관에 도착했다.
그러나, 낯익은 유리문 앞에서 내 발길은 멈춰섰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쪽은 깜깜했다. 카운터에도, 책장 사이에도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어두운 내부는 적막을 머금고 있었고, 나는 그 앞에 서서 문득 깨달았다.
‘금요일은 휴관일이다.’
"아, 또 까먹었네."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러고 나서야 걸음을 돌렸다. 무언가가 어긋난 채로 하루가 시작된 기분이었다.
도서관이 금요일에 휴관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변화다. 올해 초, 10년 동안 유지되었던 월요일 휴관이 금요일로 바뀌었다는 공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주중에 매일 도서관을 찾겠다는 나름의 결심도, 전날 밤 세운 치밀한 계획도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나는 조금 당황했고, 잠시 서서 문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르신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이런 작은 단절들이 하나씩 쌓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런 단절을 감지할 때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점점 지쳐간다. 한 번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조차 이제는 버겁게 느껴진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나의 속도는 더디다. 그리고 그 속도 차이는 점점 더 벌어져 가고 있다. 이런 내가 과연 앞으로 다가올 변화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까?아니, 사실 그럴 필요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나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으니까. 금요일 도서관 앞에서 느꼈던 그 고립감은 아마 앞으로의 내 삶에서 더 자주 찾아올 것이다. 세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점점 더 세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