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 글에도 적었다시피 분명한 위기가 있었죠. 다행히 다음 주에도 나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결국 오늘 잘리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비슷한 상황을 피하려면 그 사람 말을 한 번쯤은 곱씹어봐야겠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복기할수록 찜찜했어요. 뭐랄까, 좀 이상했어요.
지금까지의 글에서, 또 글의 제목에서 알다시피 저는 31세 은둔형 외톨이 소위 히키코모리에 어떠한 직무 경험도 없는 상태였죠. 그러니까 적응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매뉴얼이 적혀 있지 않다면 물어볼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또 제가 사장이 아닌 일개 뭣 모르는 파트타임 알바에 불과하니 물어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샷 뽑는 거 루틴 순서만 띡 알려주고 끝. 사람 몰릴때의 루틴은 전혀 알려주지 않음. 이런 걸 기본적으로 좀 알려줘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다른 음료 매뉴얼도 한 페이지 큰글씨로 조금 넘겨서 끝. 매뉴얼에 있는 음료보다 없는 메뉴가 더 많았고요, 그나마 있는 레시피도 양만 적혀 있을 뿐 어떤 식으로 부어야 하는지 순서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매뉴얼이 부실한’ 개인 카페라는 점을 강조하던데, 개인 카페도 정말 혼자 영업할 일의 양이 아니라면 다른 알바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최소한 메뉴에 대한 레시피,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루틴 등 매뉴얼은 기본 작성이 되어있어야 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물론 저도 정신이 있든 없든 업무 즉시 배운 즉시 메모를 하지 못했던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신입을 뽑아놨으면 며칠은 마이너스될 각오도 하셨어야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저는 이 하이엔드 커피를 다루는데 파는 건 그냥 다양하게 되는대로 음료를 만들어파는 프랜차이즈 커피나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거든요. 커피 원두의 퀄리티 빼고 차별화가 별로 돼있지 않은 느낌이랄까.아 씨발 그리고 니가 노잣돈처럼 던진 원두 딴사람한테 내려달라 했더니 플레이버 제대로 뜨더라. 아! 니 커피도 못볶지 병신이.난 니가 존나 고가원두 팔길래 당연히 커피는 볶을줄 알았지.
그래서 커피업계 전반에 대한 의문점도 많이 생겼고, 어떻게 해야 창업비용을 최소화하고 객단가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은 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커피를 좋아하니까, 다른 음료보다 커피를 돋보이게 할 컨셉 그리고 업계 저변 확대에 대해서 고민이 깊어졌어요.
오늘 근무 끝나고 30분 붙잡아서 세팅 알려주는 거 오케이. 근데 이 개한테 씹어먹힐 버러지 새끼야. 자르기 전에 그렇게 하는 건 아니지. 나머지 30분은 나보다 20살은 더 많아 보이는 개저씨가 갓 태어난 애새끼같이 옹알이하면서 울먹이는 표정으로 사람 못 가게 붙잡고 착한 척 가식 떨어놓고 잘라버리는 꼬라지 하고는 그러면서 커피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옘병 진짜. 꿈을 잘라놓고 티배깅 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처음에는 빨리 다음 일정 가야 하기도 하고 진짜 입모양 보지도 않으면 뭔 말하는지 모르겠으니까 짜증 나서 대충 듣었어요. 덕분에 저녁 못먹고 일정 소화하고 배 꼬르륵 거린채로 편의점에서 새벽 1시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님덕분에 24시간 공복했다 새꺄. 마지막까지 저엉말 감사합니다. 시발 3일 일하면서 오자마자 일시키고 앞치마 못입는다고 고나리질 놓으면서 퇴근할 시간 일없는데, 지얘기 한다고 30~40분 붙잡아놓는거 참 잘하는 짓이다.
오늘 일 중에서 특히 지적받은 부분이 있었어요. 식기세척기에 설거지를 쌓아만 두냐는 소리였죠. 어느 정도 쌓아도 되는지, 어떻게 작동시키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어요. 일단 저는 노력은 하지만 주어진 일을 하기에도 바빴죠. 이거 눌러야 하나 생각했지만, 무슨 버튼인지도 몰랐고 먼저 말해주지 않으셨거든요 함부로 남의 것을 건들지 않는 주의거든요. 아니 니 업장인데 그거 보이면 네가 눌러놓고 다음에 하도록 도와주면 되는 거 아님? 물어보면 일하는데 물어본다고 고나리질이잖아. 씹새야.
반대로 내 영역에 함부로 발을 들이면 화가 나죠. 만약 사장님이 저의 일의 행태에 지적한다면 오케이입니다. 못하는 거 인정하고 최대한 빠르게 나아지면 그만이니까요. 스스로 한 번 들어서 바로 숙지하지 못하고 세네 번 이상 들어야 고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 스스로도 가진 능력에 대한 실망감이 컸어요. 하지만 그걸 넘어서서 지랄을 하더군요. 네가 조금 헤매는 건 괜찮은데, 앞으로도 나아질 수 없을 거 같다고요. 이 씨발놈이? 고친건 안보냐? 니가 나처럼 뭐라도 상위 0.1퍼까지 가본 적은 있어? 일을 못하는 거를 넘어서 나의 인간성과 능력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서 함부로 지적하면 꼭지가 도는 습성이 있거든요. 그리고 잠재력에 대해서는 부정하면서 이어지는 커피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네가 안될 거 같다며 뇌 빠개진 놈아.
매뉴얼 된 프차 가서 배우라고 하는 같잖은 조언도 개 같았어요. 저 프차 안 넣어본 거 아니었거든요. 내가 한 달 좀 넘는기간동안 130군데 가까이 넣으면서 프차 안넣었겠냐고. 그런 데서는 아예 면접 오라고 부르지도 않아. 이력서를 쓰면서 느꼈지만 사장님들이 최대한 간략하게 적어도 내용은 거의 안 보시더라. 니도 내가 존나 성심성의껏 쓴 글 대충보고 다시 다 물어봤잖아. 젋지도 않으면서 여타 직무 경험도 없는 사람을 프차에서 뽑지 않겠죠. 차라리 커피에 관심이 있는 개인 카페라면, 오히려 저의 커피 관련해서 다닌 경험 등을 보고 면접까지 가더라. 그래서 니놈 카페도 어떻게든 일 좀 해보려고, 그리고 어려운 우리 가족 형편에도 도움되고 싶어서 넣었던거야. 애 딸린 개새끼야.그리고 매뉴얼 없는게 자랑이냐? 니가 그냥 일하면서 가르칠 능력이 없는거지. 프차에선 다 하는거잖아. 그냥 니가 프차보다 못하다고 자백한거 아니냐?
자기가 일일이 설명하고 신경 쓰기 귀찮다는 거죠. 지 바쁜데 남이 물어보고 하나하나 다시 알려줄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은 솔직하긴 했죠. 또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음료 척척 만드는 직원 원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러면 나를 뽑아선 안 되는 거 아닌가? 생초짜 신입이면 물어보고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혼자 알아서 하다가 실수라도 해주리? 물어보면 물어본다 지랄, 안 물어보고 있으면 왜 안 물어보냐고 지랄. 어쩌라는 건지.
아무튼 더 썼다간 머리가 돌 거 같아요.
그래도 아직 편의점은 잘리지 않았거든요. 저는 다음 날을 살아야겠고, 다음 일이 생겼을 때 더 잘할 방법을 계속 조언울 구하면서 준비해야죠. 일머리와는 관계없지만 평일 낮에 열리는 커피 교육이나 세미나를 들을 수 있기도 하죠. 돈을 벌고 쓰면서 저의 전문성을 좀 더 다질 기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오늘 욕이 좀 많아서 죄송하네요. 욕 안 하면 이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진실로 제가 글을 쓰면서 혼자 쓰는 일기를 포함해서 욕을 담은 건 처음입니다. 사회가 개 같다는 걸 어제 일로 조금 맛본 거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개 같은 사람을 만날 거고 또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죠. 사람과 사람사이 맞지 않는 순간이 계속해서 올 테니까요. 점차 좀 감정을 가라앉히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