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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Aug 13. 2024

아픈 몸으로 한 첫 출근

편의점 평일 야간에서 주말 오전 첫날 (am 6~12)

24.08.10


좌천을 당하고 처음으로 주말 알바를 시작했다.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생존에 대한 불안감과 생존을 위한 기준이 모호함에 약간은 당황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운명이 날 놀리기라도 하듯, 전날 금요일에 유사 코로나 증상이 발발했다. 평일 내내 현기증이 있었지만, 그저 여러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자신을 위로했었다. 약간의 목메임은 있었지만, 통증이나 삼키는 데 지장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건 폭풍 전의 고요함이었을 뿐이다.


금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편도선은 부어올랐고, 인후통은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그래도 취소 기간이 지난 커피 스터디 일정이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로 두 번이나 코를 찔러가며 검사했지만, 다행히 음성이었다. 안도감과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자기 합리화로, 억지로 일정을 소화했다. 그래도 원래 친할머니 산소와 단골 카페를 들르려고 했던 것은 기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에어컨을 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스터디를 하며 에어컨 바람을 직격으로 쐬니 찬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몸에서 열이 뛰어올랐다. 몸 상태가 최악이었지만, 내일의 출근을 위해 이를 악물고 저녁을 먹었다. 심지어 자기 전 독서모임까지 참석했다. 마치 내 몸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드디어 첫 출근날. 남자 사장님께서 3시간 동안 함께 일하며 도와주셨다. '주말 오전이니 확실히 한가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오픈 직후 두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과자 재고를 체크하고, 부족한 물건을 창고에서 찾아 채우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현기증이 나는 와중에 물건을 찾는 건 미로에서 출구를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냉장고에서 음료 재고를 채우는 데만 한 시간을 보냈다. 차가운 공기가 몸에 닿을 때마다 건강했던 과거가 그리워졌다. '내일은 혼자서 어떻게 해낼까'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9시 이후부터는 한결 수월해졌다. 계산과 담배 주문, 종량제 봉투 판매, 편의점 택배 접수 등을 처음으로 혼자 해냈다. 실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누가 탓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문제 없는거 맞지..?


한가한 시간에는 심심함과 싸워야 했다. CCTV의 감시 아래 딴짓을 할 수도 없고,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흘렀다. 11시가 넘어서야 사람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퇴근 즈음, 사장님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시급 만 원. 최저시급보다 높은 금액에 감사함을 느꼈다. 세 달 간격으로 재계약한다는 말씀에 '과연 내가 3개월을 버틸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첫날은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지나갔다. 별 지적 없이 지나갔지만, 내일 혼자서 재고정리를 해낼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이다. 평범한 몸이라면 무조건 해내야 겠다라는 마음가짐이었겠으나, 지금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몸이 안좋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일부터는 혼자 해야한다.


퇴근 이후, 커피 한 잔만 억지로 내리고 출근 전까지 18시간 내내 침대에서 뻗어있었다. 누운 뒤에는 유튜브 영상 하나 볼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가끔씩 수분 섭취를 위한 물을 마시면서 글을 억지로 써냈다. 도합 3리터 이상 마신 거 같은데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화장실은 다 한 번 밖에 가지 않았다.


이렇게 주말 오전 편의점 알바 생활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경험이 나를 더 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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