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전) 히키코모리 (다시) 투잡 도전기 2
얼마 전,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평소에 편의점에 갈 때 지나던 익숙한 루트를 조금만 더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주 15시간 근무에 하루 5시간씩 주 3일이라는 조건도 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스케줄이었다. 나름 자신 있게 지원서를 냈다.
화요일에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서서히 기대가 사라지면서 '또 떨어졌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다른 카페나 매장에 이력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한 군데라도 연락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모르는 02로 시작되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요즘 스팸 전화가 너무 많아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라, LG 스팸차단 앱이 '의심 번호'라고 경고를 주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직감이 발동하여, 마음에 번호를 다시 확인해봤다. 뒤늦게 스타벅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기회를 놓쳐버린 것 같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과감히 다시 연락해서 어느 지점에서 온 전화였는지 물어봤을까? 그랬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작년 12월에도 스타벅스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원하던 지점이 아닌, 버스로 30분 이상 가야하는 먼 매장에서 면접 연락이 왔었다. 아마 이번에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설사 다시 연락을 해서 면접을 보았더라도 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엉키며 나를 더 망설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혹시나 다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저녁을 먹은 뒤에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역시 전화를 걸었어야 했구나.
뒤늦은 후화만 남았다.
그런데 가장 마음이 아픈 건,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다른 카페에서도 여전히 연락이 없다는 사실이다. 편의점에서 일한 경력만으로는 카페에서 일하기에 아직 부족한 걸까? 나도 나름 성실하게 일했고, 그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막막한 상황에서 한숨만 깊어질 뿐이다. 돈은 더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든 일자리를 구해야만 한다. 현재의 생활로는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이 분명해졌다. 한 달에 편의점에서 주 2일, 6시간씩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은 50만 원 남짓이다. 이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해도 빠듯하다. 월식비,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고려하면, 이 정도 수입으로는 지금까지와 같은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 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면 더 좋은 일지라를 구할 수 있을까. 가끔은 자격증을 요구하는 매장도 있으니까. 나이든 31살 무경력이더라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두면 아주 조금이라도 더 어필할 요소가 되지 않을까. 카페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자격증을 따기 위한 비용조차 마련하기 힘들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비나 시험비용을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다 보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기도 전에 현재의 어려움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결국, 지금은 계속 이력서를 넣어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생활로는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는 것을 지난 한 주간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작고 불안정한 수입에 만족하지 않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세우고,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지금 내가 앞으로 찾아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