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다가오고 말았다. 주 5일은 쉬고 주말만 일하지만 쉬는 날은 더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다. 주 5일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어떨까. 궁금하지만 한편으로 두렵고 일을 하면서는 그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해졌다.
지난 퇴근 이후 아직까지 사장님에게서는 어떠한 연락도 오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출근해도 되는 거겠지. 열쇠는 챙겨두었다. 지난 일요일 근무를 끝내고 돌아와서, 모니터 바로 밑에 두고 지금까지 건들지 않았다.
주초까지 몸이 낫지 않았고 지금도 감기로 인한 후유증인지 가래가 목에 좀 끼어있다. 이번주는 최대한 안정을 취했다. 밖으로 쏘다니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목요일 매주 가던 커핑도 쉬어두었다. 그래서인지 몸살기운은 많이 가셨고, 현기증은 없어졌다.
오늘 전과 같은 배려를 받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과자도 내가 채워야 할 것이고, 음료수도 많이 채워 넣어야 하겠지. 그래도 저번 이틀 일하면서 오전 시간이다 보니 술을 사가는 고객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술을 한 번 채워 넣으면 다시 볼 필요는 없다. (근데 딱 한번 카스 500ml짜리 캔 한 줄을 다 사가신 가족 고객이 있기는 했으나 특이케이스다.) 재고 관리 한 번만 잘해두면 굉장히 여유로울 거란 말이지.
여전히 아이스크림 냉장고 쪽에 쌓여있는 벌레는 여전하다. 사체를 치울 법을 몰라서 가만히 내버려두는 중이다. 쓰레기통을 치우려고 문을 열었을 때도 바로 벌레가 튀어나왔다. 나중에 만에 하나 편의점을 하더라도 벌레 방역대책은 필히 세워야겠다. 아마 안 할 것 같기는 하다.
운동하다 오가는 손님, 나이 든 손님들이 6시 타임에 꽤 오셨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증정상품 키핑까지 요구하셔서 당황했다. 예기치 못한 사태라고 해야 하나. 키핑 자체를 처음 해보는 거라 머리로 알더라도 좀 버벅거렸다. 마지막에 키핑은 증정행사기간 동안이라고 고지를 했어야 되는데 손님이 나가고 나서야 떠올라버렸지 뭔가. 그래도 키핑을 아시고 포인트 챙기시는 분이 흔치는 않기에 다 알고 계시겠지..? 그래야만 한다.
과자 쪽이 많이 비어있었다. 미리 찍어보니 재고가 진열상품이 전부인 품목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다. 뮨제는 하필 찾아야 하는 게 구석에 있어서 10분 이상 헤맸지만 말이다.
처음으로 담배를 묻지 않고 찾아냈다. 사실 정확한 위치를 알았다기보다는 브랜드의 위치를 대강 파악하게 되었달까. 전보다는 헤매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주변 사장님들도 많이 들르셨다. 옆에 있은 카페 사장님, 2층에 있는 식당 사장님도 있었다. 두 번째 분은 몇 번 방문하셨던 건지 얼굴이 낯이 익다. 정작 2층에 식당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지만
어제 늦게까지 아이패드로 스타크래프트 2를 보느라 오전에 눈이 아팠다. 지난주처럼 몸이 아프거나 피곤하지는 않았다.
저번주엔 가장 붐볐던 10시~11시 타임이 한가했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심란하다. 이 편의점이 잘 운영돼야 내 일자리도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거니까.
몇몇 이전 가게 사장님 단골 혹은 지인분께서 항상 물었다.
아드님이세요?
나는 그저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답했다. 손님들 중 몇몇 분의 말을 유심히 들으니 아직 추가 아르바이트생은 구하지 않고 가족분들 위주로 돌리는 것 같았다.
시작부터 인건비를 아끼는데, 사장 입장에서는 지인을 통해서 들어오긴 했지만 일면식은 없는 초보 아르바이트생인 나를 수습기간도 없이 매 달 급료를 지출해야 한다. 감사하기는 하지만,. 그럴 상상을 할 때면 내 일이 하나의 유리 도구처럼 느껴진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함이랄까.
중간에 사장님이 물건 발주를 위해 잠시 들르셨다. 이때 약간 버벅거렸었다. 처음으로 받는 편의점 머신 커피 주문, 하루에 한 번도 채 들어오지 않던 포인트 적립 요구 등. 이런 새로운 상황들이 사장님 있는 순간에 닥쳤다. 사장님이 친절히 처리하셨지만 나 스스로 야무지게 하지는 못했으니. 좋은 인상이 남았을 것 같지는 않다랄까.
편의점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나서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6만 원을 벌었구나.
일하는 날짜가 늘어나고 여러 상황을 경험하면서 경험치가 쌓이고 있음을 느낀다.
이건 마치 게임에서 경험치를 쌓으며 레벨업 하는 과정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나는 아직 사회경험이 전무하기에 경험치 부스터가 걸린 듯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생활을 인기 있는 5대 5 대전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비유하자면, 랭크 게임에 바로 진입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경험치를 쌓아야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랭크 게임에 참여하려면 기본 요구 레벨이 있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로 시험을 통해 자격을 얻거나 일정한 경험을 쌓아야만 진정한 직업 세계에 진입할 수 있다.
알바는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랭크 게임에 들어가기 전의 일반 게임과 같다. 경험치를 쌓고 스킬을 연마하는 것처럼, 알바를 통해 사회 경험을 쌓고 자금을 모으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챔피언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며, 자신의 기술과 선택의 폭이 넓어져 이후 랭크 게임, 즉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런 도전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오히려 게임 대회를 나갈 시절보다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이나 일이 조금 익숙해진 지금이나 별 반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동안 괜히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던 것인가. 계 무사히 경험치를 먹어서 사회생활에 안전하게 진입할 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