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전) 히키코모리가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
2주 연속 주말 알바를 마치고 월요일이 반겼다. 1주간 했던 평일알바들까지 넣으면 무려 3주나 지난 셈이다.
역시 월요일은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게는 휴일이 지나고 다시 출근하는 날이겠지맘, 지금의 나에게는 새로운 휴일의 시작이다.
지금 시간은 9시 25분. 아침이라기엔 약간 늦은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상은 8시 30분. 늦지는 않지만 직장인이라면 정말 늦었어라며 지각하기 위해 서두를 시간이다. 나는 일 없기에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어제는 많이 바쁜 날이었다. 6시에 출근하고 12시에 돌아왔다. 근무 직후 출장하는 아빠를 배웅하러 공항에 같이 갔다 왔다. 몸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뇌에 문제에 있는 아빠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비행기를 타는 게 괜찮나 싶기는 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집에 돌아와서 1시간 정도 있다가 바로 커피&차 테이스팅 수업까지 다녀왔다. 세 시간에 가까운 긴 수업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10시 20분이더라. 그 뒤에도 바로 약속한 독서모임(리추얼) 참석을 위해서 아이패드로 밀리의 서재부터 켜고 책을 읽은 뒤 인증하고 잠에 들었다.
이 정도면 나름대로 바쁜 날 맞는 거죠? 늦게 일어난 거 참작해 주세요.
아무튼 분명 일을 마치고 새로 맞이하는 한 주이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고 불안한 것들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번주에 지난 2주 동안 가지 못했던 커핑 일정을 많이 잡아두었다. 어제도 수업을 하면서 커핑을 겸했다. (주: 커핑은 커피가 가진 잠재력을 확인하고, 그 맛과 향 혹은 결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활동이다.) 문제는 이번에 가는 곳들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낯선 장소이고 심지어 가는데만 1시간 이상이다. 내가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는 중이다. 너무 쓸데없는가. 맞다.
둘째, 벌써부터 다음 주 걱정 중이다. 주말에 큰 이모가 나에게 1주짜리 단기알바를 어머니를 통해서 권하셨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6일간 하루 4시간씩 한다고 들었다. 돈은 60만 원 이상 주신다고 하셨다. 최저시급의 배 이상이니 금액적으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자세한 일정과 업무에 대해서 전혀 들은 바가 없기에 아직 걱정이 생긴다. 일단 들은 바가 맞다면 이번 주말부터 다다음주 월요일까지는 10일 동안은 쉬는 날 없이 일을 할 예정이라 주말부터는 충분히 휴식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번 토요일 미국에서 작은 이모가 오시기도 해서 토요일 근무 이후 일정은 취소하고 비워두었다.
돈이 생기니까 선물을 할 여유도 생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미국에서 건너오신 작은 이모한테 간단하게 커피 선물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마침 (마트에서) 원두를 사면서 내 원두 선물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왕 오신 김에 좋은 커피를 한 잔 내려드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두는 최대한 비싼 것으로 준비할 생각이다. 20g 단위(일반적인 한 잔 분량)로 파는 비싼 원두는 트라이할 수도 없을 정도의 분량이니까. 100g에 5만 원 내외 원두로 생각 중이다. 두세 번은 시도하고 내려줄 수 있지 않을까. 모쪼록 내 맘에도 들고, 받는 분들이 기억할 만한 커피 한 잔을 내려드리고 싶다.
몇 주간 일을 계속해왔다. 전례 없던 상황이다. 아직까지 싫지는 않다. 카페 알바나 편의점 알바나 힘이 들기는 하지만, 고되지는 않다. 아직까지 일이 지루하지는 않다. 모름지기 일을 하는 시간이 쉬는 시간보다 많음이 정상이라 '싫은 일만' 해서는 안된다는 주의인데,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돈이 모이면 투자를 할 것이다. 크게 관심은 없고 안정적인 부가수익이 중요하기에 안전하고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TIGER S&P 500에 15~20%씩 박아두겠다는 투자원칙만 세웠다. 내가 사는 동안 미국이 망하지는 않을 거 같으니까. 문제는 투자지식이 정말 전무하기 때문에... 혹시 문제 있으면 댓글로 미리 알려주세요. 아직 넣지는 않았거든요..? 국장은 절대 안 합니다. 안 해요.
몸이 전보다 힘들고,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돈을 벌어오는 데서 얻어오는 만족감과 희망찬 미래 또한 그리고 있다. 감정이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는 한 주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