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가 쉬는 시간에 잠시 더 현대 서울 지하 1층 커피숍들을 둘러보았다. 평일 낮인데도 프랜차이즈 커피숍마다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사람들은 마치 전투를 앞둔 병사들처럼 카페인을 갈구하고 있었고, 바리스타들은 정신없이 음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마치 커피 전쟁터로 보였다.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화려한 인테리어, 맛있는 디저트,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프랜차이즈들 사이에서 과연 스페셜티 커피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생각에 빠져 한동안 고민했다.
사실 지금 한국에서 스페셜티 커피는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다. 우연히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유튜버의 구독자가 고작 15만 명이라고 한다. 다른 분야 유튜버들이 수백만 명씩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초라한 숫자다.
이 숫자를 보고 나니 현실이 더 와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프랜차이즈 커피나 편의점 커피만 마시고 있고, 스페셜티 커피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얼마 전 단기 알바를 갔는데, 그곳에서 주는 커피가 완전히 다이소 제품이었다. 원두까지도 다이소 것 같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내린 커피겠지만 맛이 너무 부정적이었다. '아직도 이런 곳이 많겠구나' 이런 사람들이 조금 더 좋은 커피를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같은 날 아침 알바를 알선해주신 친척분의 차를 얻어타며 클라리멘토의 '맛도리 블렌드'를 친척분께 내려드렸는데,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평소에 커피를 내려드시기는 하지만 좋은 커피를 접하지는 않으셨었다. 내가 내려준 커피가 좋으셨는지, 다음 만남에서 카톡으로 커피를 가지고 오라고 당부하셨다. 이런 것을 보면 좋은 커피는 확실히 커피를 매일 마시는 사람들은 느낀다고 확신한다.
요즘 문을 닫는 한국 자영업자들이 눈에 띄게 보인다. 한국의 자영업계, 특히 카페 산업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최저임금 상승, 임대료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많은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23년 11월까지 폐업신고를 한 카페는 1만1450곳으로, 관련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하루 평균 34개, 한 달에 약 1041개의 카페가 문을 닫은 셈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2023년 기준 10만 곳이 넘는 카페가 있다. 이런 카페 숫자를 보고 일반인은 물론 업계인들까지 기겁을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 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의도의 치열한 커피 전쟁터를 목격하고,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생각하면 이 산업의 미래가 불안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을 보면 희망도 느껴진다. 좋은 커피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이게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질문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알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