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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Sep 13. 2024

이제는 혼자가 아닐지도

어제 커핑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이런 혼잣말을 했다.


'올해는 헛살지 않았구나.'






'커피 한 잔의 용기'는 본래 카페 알바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겪는 일을 담아내려고 했던 나만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카페 알바를 금방 잘려버리고 말았다. 잘리기 전 날, 조언을 구하러 한 카페를 찾아갔었다. 그곳에서 만난 두 바리스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들었고, 위로도 받았다. 특히 라테아트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파우더를 선물로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 커핑 자리에서 그때 만났던 바리스타 중 한 분을 우연히 만났다. 따로 연락처나 인스타를 알지는 못하던 사이라 그동안 만나지 못했었다.


"근무하시는 카페에 찾아갔었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근무하실 거라고 생각했던 시간에 맞춰 갔었는데 말이죠."


카페에서 잘린 지는 한 달이 되었는데, 고용되었던 건 아시는 분이 많지만 잘린 걸 아는 분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있던 일을 아주 간략하게 말했다. 조언울 구한 다음날 역시나 잘려버리고 말았다. 해고 과정에서 불쾌함을 느꼈지만, 지금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그 바리스타는 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모든 경험이 당신을 성장시킬 거예요. 카페에서 일하던 시간이 짧았다고 해서 그게 의미 없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 바리스타가 말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아직 커피 관련해서 일을 구하고 계세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네,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비록 카페 알바는 실패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이 많거든요. 이후에 주말 편의점 알바도 있고 돈을 모으면서 커피 공부를 하려고 해요. 앞으로 커피 업계에 취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커피를 계속하고 싶거든요.."


그 바리스타는 미소를 지으며 격려해 주었다.

"좋은 생각이에요.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계속해서 기록하고 성장해 나가세요."




지난해 31세 히키코모리로 사람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던 나였다.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 연락처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시간은 멈춘 듯 흘러갔고, 세상은 내 방 밖에서 멀어져만 갔다. 올해 초에는 더 이상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인스타로 연락을 주고받고, 가끔씩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생겼다. 내 스토리를 보고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이 작은 변화들이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비록 아직 갈 길이 멀다. 커핑 전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하지는 못했다. 아직까지 편의점 알바에 불과하고 커피 업계나 변변한 풀타임 직장을 가지지는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전처럼 부끄럽기보다는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는 미래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솔직히 아직도 두렵다. 이미 잘린 경험이 있으니 편의점 알바도 언젠가 또 잘리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뗐으니 다음 걸음 또한 나가지 못하리란 법은 없잖은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꿈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이루어지는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아예 안 한 것보다는 낫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세상과 단절된 히키코모리가 아니다. 비록 서툴고 때로는 실수도 하겠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기소개할 만한 직업을 가지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날까지, 계속해서 '커피 한 잔의 용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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