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러너 Sep 23. 2024

오늘, 나는 용기를 내고 있는가

31세 히키코모리의 번민


용기를 낸다는 게 뭘까.
나는 무슨 도전을 하고 있는 걸까.


요즘 댓글들에 응원을 많이 받고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는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올해는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집에 있는 날보다 밖에 있는 날이 더 많아졌고, 처음으로 돈도 벌고 있죠. 하지만 30대 초중반의 나이에 이제야 이런 경험을 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120군데나 되는 카페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고, 간신히 들어간 곳에서도 3일 만에 잘렸어요. 카페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걸 생각하면, 제 능력으로 다른 곳에 취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아요. 이런 현실에 직면할 때마다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제 나이대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거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고 있죠. 그들의 SNS를 볼 때마다 찾아오는 자격지심에 숨이 막힐 때가 있어요. '나는 왜 이제야...',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지금이라도 시작한 것에 의미를 두려고 애쓰지만, 그 마음은 쉽게 흔들립니다. 


일을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돈 계산이 자동으로 이루어져요. 편의점 알바 하루하면 +6만 원. 오늘을 포함해 총 5회로 끝난 단기 알바를 마칠 때마다 +10만 원이 입금되는 거죠. 번 돈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제야'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훨씬 일찍부터 이런 경험을 쌓아왔을 텐데, 나는 왜 이제야 겨우 이런 용기를 내고 있을까요?


이제야 돈을 벌면서도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더 신중해지고, 심지어는 인색해졌다고 느낍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커피 한 봉지를 어떻게 살지 고민했어요. 그 결정을 내리는 일조차 쉽지 않더라고요. 용기가 부족해서일까요?


그래서인지 주식 투자에 대한 결심도 더 미뤄지곤 해요. S&P500에 투자하겠다고 글로도 썼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선택했지만, 여전히 실천하지 못하고 있죠. 말로는 수수료가 신경 쓰인다고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아직 계좌 개설 방법도 모르고, 증권사별로 수수료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도 모르는 상태예요. 


막상 월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제대로 고민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두려움을 회피하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해요. 내가 진짜 용기를 내고 있는 게 맞을까요?



이것도 용기일까요?


그런데 더 답답한 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똑같다는 거예요. 가끔은 취미 활동으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최근엔 저에게 먼저 연락을 해주는 분도 생겼지만, 속 시원하게 친해지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지 못해요. 먼저 누군가에게 '같이 만나자'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서 한심하게 느껴져요. 그저 기다리기만 하고, 다가서지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하죠.


이런 감정들이 어쩌면 연애로도 연결되는 걸까요.


연애는커녕,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조차 두려움을 느끼면서 어떻게 누군가와 깊이 사귀고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동시에 연애에 대한 갈망도 있어요. 그리움과 혼란이 동시에 밀려오죠. 내가 이토록 누구에게 다가가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단순한 소심함을 넘어 연애 감정과도 엮여 있는 걸까요? 스스로에게 자꾸 물어보게 돼요.


아직 명확한 답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가 겪은 변화들 속에서 조금씩 더 많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저 자신이에요. 용기를 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자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증거인 걸까요. 오늘도 불확실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해봅니다. 







이전 01화 공모전에 떨어지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