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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Sep 20. 2024

공모전에 떨어지고

공모전 발견

여름이 끝나간다고 믿고 있던 8월 말,  '가배도 짧은 글 공모전'이라는 이름의 공모전이 눈에 들어왔다. 10만 원의 상금.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내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최근 들어 경제적 독립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이런 기회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가슴 한켠에 품어왔던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함께, 이제는 그것이 실질적인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를 이 도전으로 이끌었다.


공모전의 규칙은 간단했다. 제목은 12자, 본문은 공백 포함 550자 내외. 형식은 커피를 주제로 한 자유 양식이었다. 짧지만 깊이 있는 글을 요구하는 듯했다. 접수는 9월 2일부터 15일까지였다


사실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었다. 수년 전, 내가 참여했던 '청년마음건강사업'에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공모전에서 1등 상을 받았던 것이다. 그때도 상금은 10만 원이었다. 그 경험이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이번에도 어쩌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있었다. 이번 공모전은 단순한 글쓰기 대회가 아니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글은 실제 출시될 드립백에 포함될 예정이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내 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더구나 가배도라는 곳을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그곳이 전 직장이거나 현 직장이신 분들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 글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부끄러움이 마음 한켠을 차지했다.



기대와 두려움

커피는 늘 내 삶의 중심이었다. 아침을 깨우는 첫 모금으로 하루를 열고, 오후의 활력을 불어넣는 두 번째 잔으로 균형을 잡았다. 카페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마시는 커피는 특히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이런 일상 속에서, 이 공모전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커피에 대한 내 사랑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만나는 지점, 그곳에서 나는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은 충분했지만, 마음속 갈등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결국 나는 마감 기한 내 하루를 잡아 몇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글을 썼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커피를 음미하듯 단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았다. 동시에 누군가 이 글을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감도 느꼈다.


글을 쓰는 과정은 마치 커피를 내리는 것과 같았다. 처음에는 거칠고 뜨거운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것들을 천천히 걸러내며, 나는 내 생각과 감정의 에센스를 추출해 냈다. 때로는 쓴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때로는 은은한 향기가 글 속에 퍼져나갔다.


마감일이 지나고,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왔다. 9월 16일부터 18일까지는 추석 연휴였다. 심사위원들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지. 그래도 나의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이전의 수상 경험이 나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다. 5명을 뽑는다고 했으니, 내심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과 발표

9월 19일, 드디어 결과 발표의 날이 왔다. 나는 아침부터 초조해했다. 가배도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거의 시간마다 새로고침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속으로는 작은 승리의 상상을 그렸다.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울린 알림음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가배도 인스타그램의 새 게시글 알림. 떨리는 마음으로 화면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당선작 명단이 사진으로 올라와 있었다. 내 눈은 재빨리 이름들을 훑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내 이름은 거기에 없었다.


게시글에는 총 124명이 참가했다는 정보도 있었다. 다섯 명만 뽑혔다니, 경쟁률이 생각보다 높았던 모양이다. 순간 '내가 몇 등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5등 안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처음에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내가 쓴 글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당선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마치 기대에 부풀어 첫 모금을 마셨는데, 예상치 못한 쓴맛이 입 안 가득 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동시에 묘한 안도감도 느꼈다. 내 글이 드립백에 실리지 않아 아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작은 위안을 얻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 경험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내 글을 세상에 내놓았다. 550자 안에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작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한 걸음 성장했다.


커피를 마시다 보면 가끔 예상치 못한 맛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그 맛이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맛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 공모전 경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은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경험이 나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이번 공모전의 당선작과 나의 글을 비교하며 배운 점들이 있었다. 첫째로, 개인적인 경험의 부족이 눈에 띄었다. 당선작들은 저마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경험을 담아내어 독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의 룽고’에서는 가족과의 추억이 커피 한 잔을 통해 깊이 있게 전달되었는데, 나의 글은 보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커피를 바라보았지만, 정작 독자가 나의 삶과 연결 지을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은 부족했다.


또한, 간결한 표현의 힘도 부족했다. ‘커피가 정말 맛있어서요’는 짧은 문장으로 상황과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해 독자의 몰입을 높였지만, 내 글은 복잡한 설명이 많아 메시지 전달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질 수 있었다. 이처럼 심플한 문장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상징적인 표현의 활용도 차이가 있었다. ‘오늘을 비추는 한 잔의 어둠’처럼 상징을 통해 인생과 커피를 연결하는 글은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나 역시 커피 한 잔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더 직관적이고 깊이 있게 표현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배움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더 구체적인 경험과 간결한 표현을 사용해, 독자와의 공감대를 강화하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 제가 제출한 글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커피처럼 향기롭게 스며들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심사위원들이 내 글의 가치를 인정한 순간, 가슴은 벅차오르고 한 잔의 커피처럼 따뜻한 뿌듯함이 온몸을 감쌀 것이다. 상금이 손에 쥐어질 때, 그건 단순한 금액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의 글이 타인에게 전달되어 감동을 주었다는 증거이자, 나 스스로의 성장을 증명하는 작은 상징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두려움 없이 사람들 앞에서 내 글을 내놓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친구들과 가족에게, 그리고 나의 글을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내 글을 당당히 보여주며, 그들이 내 글을 읽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미소 지을 것이다. 내가 쓴 한 문장, 한 문장이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깊은 여운을 남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글을 통해 세상과 진정으로 연결되었음을 느낄 것이다.


결국, 인생도 커피와 같다. 때로는 쓰고, 때로는 달콤하다. 중요한 것은 그 맛을 음미하며 끝까지 마시는 것. 이번 공모전은 내게 쓴맛을 안겨주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쓴맛 뒤에 찾아올 달콤한 성취의 맛을.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마치 매일 아침 새로운 마음으로 커피를 내리듯이, 나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오늘도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이 쓴맛 뒤에 찾아올 달콤한 성공의 맛을 기대하면서




제출 작품



<커피 한 모금>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릴 때,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서 드리퍼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국의 땅에서 열매를 수확한 농부들, 원두를 정성스레 볶은 로스터들 그리고 신선하게 내 손에 전달해 준 이들까지.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땀과 열정이 어우러져 내 앞의 이 한 잔이 탄생합니다.


이들의 저의 커피에 영향을 주었듯이, 내가 이 커피를 마신 후 펼칠 행동들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봅니다. 나의 작은 행동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이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듯, 우리의 일상 속 작은 행동들도 무수한 가능성의 원두를 품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뿌리는 친절과 배려의 씨앗들이 자라나 언젠가 완벽하게 익은 하나의 커피 체리가 되어, 세상에 더욱 풍부한 향과 깊이를 더하기를 소망합니다. 이 작은 커피 체리가 누군가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별한 한 모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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