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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Oct 28. 2024

끝난 줄 알았는데

주6일 근무를 끝마치고 첫 휴일을 맞이하며

쌓이는 피로


여전히 몸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일을 마치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없이 들었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어제 저녁부터 쉬려고 애쓰고 있다. 알바를 마친 후 두 시간쯤 낮잠을 자고 커피를 내리며 마음을 달랬다. 평소보다 적게 마신 카페인에 부족함을 느끼지만, 어쩌다 한 번은 이렇게도 살겠지 싶어 애써 위안한다.


남들은 자기계발을 하겠지만, 한 달 가까이 이유 모를 피로가 쌓여 쉬기에도 빠듯하다. 누워서 책을 보다가도 유튜브와 웹서핑으로 시간을 보낸다. 얄팍한 죄책감은 이미 익숙하고, 이제는 굳이 멈추려 하지도 않는다. 몸이 무너져 가니 그마저도 덜 집중된다. 전보다 더 볼래도 볼 수 없기는 하다.




감내해온 일들


지난주의 노동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안다. 수많은 직장인이 더한 강도로 매주를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고등학교 시절엔 주 5일을 넘게 책상에 앉아있었고, 야간자율학습도 견뎌냈었다. 단순한 적응의 문제일거라 억지로 가슴을 두들기며 달랜다.


일을 하기 전날도 두통에 시달리며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 출근 첫날부터 몸상태는 최악이었다. 최악이었다. 이떄 거의 쓰러질 것 같은 나의 몸상태 떄문에 끝나는 날까지 약골로 낙인찍혀있었다. 노동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올라갔었지만 지금까지의 피로가 노동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인지. 남은 3일동안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하다. 지금의 근육통과 두통 그리고 피가 통하지 않는 이 느낌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걸까. 스트레칭을 해도 달라지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할 뿐이다. 병원에 갈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필요한 게 뭔지는 나도 모른다. 이대로 버텨야 할지, 어떻게 고쳐야할지 의학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뜻밖의 실수


이 글을 작성하던 중 갑자기 편의점 사장님의 면담 요청이 왔다. 갑작스레 부르는 데에는 분명 좋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점심쯤 오라고 하셨지만 긴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바로 편의점으로 나갔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전날 담배 한 보루와 낱개 9갑을 계산하던 중, 실수로 보루와 낱개 하나만 계산했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이렇게 대량으로 주문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 62,000원이라는 금액이 화면에 떴을 때도 그저 낯설기만 했다. 마음 한켠 불안했지만, 계산을 빠르게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넘어가고 말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


지난 단기 알바에서 했던 실수들까지 한꺼번에 떠오르며, 극심한 무력감이 밀려왔다. 내 일머리가 부족하다는 걸, 또 한 번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실수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나라는 사람의 본질적인 결함 때문인지 완전히 고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점심에 어머니와 만났지만, 듣는 건 실수에 대한 질책뿐이었다. 상대의 성격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실수할 때마다 질책으로 일관하는 어머니의 말은 어느 순간부터 상처로만 남는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어, 이렇게 고독히 글자만 더듬는다.




앞으로의 길


이제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많아졌다. 하루하루가 안개처럼 흐릿하다. 남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여기 멈춰 섰다. 한 달치 생활비를 모은 게 전부인 지금, 그마저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서른둘. 이 나이까지 사회적 경험이 전무한 이력은 흔치 않다. 누군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을 때마다 목구멍에 걸린 말을 삼킨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늘 표면에서 미끄러지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만 짙어진다.


세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무리 애써도 설 자리는 보이지 않고, 하루하루의 분투는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시계는 덤덤히 돌아가고, 창밖으로는 여전히 사람들이 바삐 지나간다. 나만 여기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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