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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Nov 04. 2024

식욕과의 전쟁


2024.11.04


1차전: 돌아오는 길

오늘은 오랜만에 아침 조조 영화를 보고 나왔다. 영화가 끝나니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에는 뭘 먹을지 고민이 시작됐다. 주변에는 편의점이 많아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제 봤던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떠올랐다.


그 스토리에는 ‘연세우유 밤티라미수 크림빵’(이하 밤티라미수 크림빵)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CU에서 판매하는 기존 밤티라미수보다 훨씬 맛있다고 평했다. 이미 오리지널 밤티라미수를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 더욱 비교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최근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밤티라미수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파생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연세우유도 이런 유행에 발맞춰 밤티라미수 크림빵을 새롭게 선보인 듯하다.


CU에서 일하면서 남은 연세우유 크림빵을 종종 먹어보았고, 지난 토요일 오전에도 연세우유 피넛버터크림빵을 맛봤다. 평소 빵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다른 빵들에 비해 빵 부분이 얇고 크림의 비중이 높아 달달하고 부드러웠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연세우유 크림빵은 CU에서 파는 PB상품으로, CU 제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아이템이라고 들었다. 직접 돈을 내고 먹어본 적은 없지만 가격대는 대체로 2천 원 후반에서 3천 원 초반으로 형성된다고 한다.


지난 일요일에 다른 크림빵들은 남아있었지만, 밤티라미수 크림빵만큼은 없었다는 것이다. 인기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발주량이 적어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바를 하는 중에는 그 빵이 없었다. 당연히 폐기로 남았을 리도 없으니 궁금증을 해결할 수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 영화관과 같은 건물에도, 오피스텔 건물에도, 대로변에도 무려 세 곳의 CU가 있었지만, 유혹을 느낀 채 지나치며 애써 발걸음을 돌렸다. 들어가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밤티라미수 크림빵을 사 버릴 게 뻔했으니까.


그렇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간신히 이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2차전: 오레오

집에 돌아와 밥을 먹으려다 보니, 밥이 없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밥반찬으로 먹으려 했던 것들도 의미가 없어졌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제 뜯었던 고기 호빵이 하나 남아 있었다. 어제 엄마가 고기 호빵을 싫어한다고 했으니, 내가 먹어도 될 터였다.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은 음식이지만 내가 먹으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우유 한 잔과 냉장고에 있던 방울토마토를 곁들여 먹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시선이 닿은 곳에 오레오 콜라맛 과자가 있었다. 한 봉지에 세 조각이 들어있는 패키지로, 엄마와 아빠가 한 조각만 먹고 항상 남겨두곤 하던 것이었다. 과자를 보니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걸 먹어야 하나?’


평소 탄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오레오의 초콜릿 쿠키 같은 과자 부분은 달콤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한 봉지에 무려 200칼로리! 이걸 먹으면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 체중이 더 늘어날 텐데 괜찮을까? 하지만 배는 고프고, 다른 먹을 만한 것은 없었다. 아침에 스트레칭과 맨몸 스쾃도 했고, 오늘 벌써 6천 보 이상 걸었다. 게다가 주말에 일도 했으니, 나에게도 이 정도 간식의 자격은 있지 않을까?


결국, 참지 못하고 첫 번째 봉지를 꺼냈다 


한 입, 두 입 꿀꺽! 


먹다 보니 아직도 배가 고팠다. 결국 찬장을 열어 박스 안에 있는 두 번째 봉지까지 손이 가고 말았다. 이렇게 애초에 집에 과자가 없었더라면 이런 갈등도 없었을 텐데! 


그날 엄마와 함께 장을 보면서, 과자가 들어 있는 박스를 집으려던 엄마를 보고 나는 재빨리 제지했다.

"엄마, 이런 거 몸에 안 좋아. 안 먹는 게 낫지 않아?"


엄마는  "한 봉지씩만 먹으면 괜찮지 뭐. 그리고 여기서 사는게 싸잖아."


"아니, 안 먹는 게 최선이라니까!" 조금 강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개의치 않고 그대로 장바구니에 쓱 넣어버렸다. 사실 엄마 성격에 남의 말을 듣지 않으니. 따위 있어봤자 말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계속 잔소리 한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단호하게 말했었지만.  막상 오늘 과자가 옆에 있으니 아침부터 수없이 먹을까 말까 고민에 빠진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엄마가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 아마 지금 이 갈등은 없었겠지.


패배


이렇게 과자까지 먹어 치우고 나니, 허기보다 후회가 먼저 밀려왔다. 고작 간식 하나로 이렇게 많은 고민을 했던 나 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식욕에 넘어간 게 문제라기보다, 충동을 이기지 못한 게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애써 다진 운동의 효과마저 무의미해져 버린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작은 패배들이 모여 내가 그토록 원하던 건강과는 멀어지는 게 아닐까.


이렇게 오늘은 또 한 번 식욕에 패배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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