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프렌치 리비에라
니스 해변을 걷다 마주한, 호텔 네그레스Hotel Negress. 오늘의 목적지.
가볍게 1분 스케치하며 시작한다.
니스 문학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곳.
사강, 헤밍웨이, 등 작가들이 머물렀던 네그레스 호텔 Hotel Negress.
소설 집필이 아닌, 휴식과 사랑을 위해 그들이 머물던 역사 깊은 호텔이다.
박물관스러운 화려한 궁전 같은 인테리어.
입장객을 환영하는 듯 인형이 달린 문, 그리고 그 뒤로 꽃무늬 벽지인 핑크 빛 화장실에서 정점을 찍었다.
-어서 오세요, 말하는 듯한 인형 머리와 팔이 화장실 입구 그림에 박혀있다.
조금은 억지스럽게 화려한 느낌이 없지 않다..
붉은 벨벳에 파란 실크 커튼이 호화로운 거실을 지나, 호텔 1층에 자리한 카페를 찾았다.
고풍스러운 앤티크의 목조 인테리어-
일부 천장에는 조화 나무 꽃과 회전목마에서 때어온 듯 한 말 조각들이 매달려 독특한 분위기였다.
식전 빵과 애피타이저를 먹으며 창가에 앉은 노년의 커플을 그려보았다.
그들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세 시간,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주말을 가족이나 연인과 외식을 즐기는 모습을 프랑스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삶의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메인 요리는 기대 이하.
프랑스 여행에서 매번 느끼지만, 내 입에는 아무리 맛집이어도 이런 음식은 한두 입까지만 좋다.
한 입까지만 새로움에 맛있고, 배가 불러갈수록 느끼하고 거북하거나, 기억에 안 남는 그저 그런 경우가 많았다. 보기에는 좋지만...
물론 바게트와 디저트는 예외.
이곳의 디저트도 만 점이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나온 디저트는 한 입에 들어가는 앙증맞은 핑거푸드 크기로, 식후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입에서 녹는 달콤함...
옆에는 이십 초반 정도의 중국인 커플들이 단체로 앉아 있었다.
중국인들은 그룹으로 다니길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혼자 식사를 하는 내가 신기했는지, 한 여자아이가 계속 쳐다보며 사진을 찍어 대 불쾌함을 느끼던 찰나, 혼자 온 일본 여성이 내 앞자리에 앉았다.
북미나 서유럽, 일본에서도 혼자 식사는 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근래 ‘혼밥’, ‘혼술’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다른 언어에는 찾기 힘든 단어. 그만큼 혼자 식사하는 것을 꽤 의식한다는 의미 아닐까.
돌이켜보면, 유학 생활 전에는 나 또한 혼자 식사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정해진 도시락 그룹이 있었고, 대학생이 되자 좁은 그룹에서 벗어나 매번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다. 식사하며 서로 안부도 나누는 친목을 위하여.
하지만, 십 년 전부터 나 홀로 해외여행하며 깨달았다.
대화 없이 조용히 식사에만 집중하면, 그만큼 음식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사색이 가능하다.
함께 나누기에 즐거운 시간도 있지만, 혼자이기에 뜻깊은 시간도, 나 홀로 여행은 마련해 준다.
이곳을 찾은 작가들도 그런 시간을 즐겼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