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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Ryu 제이류 Nov 17. 2019

안톤 체호프, 그리고 니스의 카페

프렌치 리비에라/ 니스


지중해, 니스의 위치를 끄적끄적..


이국적인 지중해의 휴양지 니스는 다른 나라의 작가들도 유혹하였다. 우리에게는 ‘행복한 왕자’로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도 니스에 체류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머물던 건물은 화재로 사라졌지만, 다행히,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가 쉬던 호텔은 남아있었다.



체호프가 머물었던 호텔/ 종이에 펜


의사이며, 단편소설가이고 극작가였던 안톤 체호프. 23세에 폐결핵에 걸렸던 체호프는 계속 건강이 좋지 않았고 1897년, 러시아의 추위를 피해, 따스한 니스를 찾았다.


니스는 독서에는 좋으나, 글쓰기에는 나쁘다고 말한 체호프지만, ‘A visit to Friends’ 란 단편을 니스 체류 동안 쓴다...



체호프를 기념하는 동상이 그가 머물었던 호텔 앞에 세워져 있다. 덧붙이자면, 현실의 체호프는 키가 크고 잘 생겼다...
현실 체호프의 모습


스케치를 마치고,  장의 사진을 찍은  카페로 향하였다.




프랑스의 카페 



프랑스에서 말하는 카페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커피와 베이커리를 파는, 우리가 보통 아는 의미의 카페, 혹은, 레스토랑처럼 식사와 술을 팔기도 하나, 좀 더 캐주얼 한 장소를 가리키기도 한다.


짭조름 고소한 올리브.. 와인과 함께, 프랑스 카페에서 기본 안주로서 자주 등장하는 올리브


예약 후에 찾은 니스의 프렌치 카페. 테라스처럼 전경이 내려 보이는 이층으로 올라가 앉았다. 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애띈 소년이 서빙을 하며 어색한 미소로 반긴다. 식전에 마신 샴페인은 톡, 환하게 눈앞을 밝혀주었다.



비주얼은 좋으나 느끼하다...


느끼한 메인 디쉬는 기억에서 바로 사라진다.. 배가 불러 디저트를 맛보지 못해 아쉬워하며 떠났다. 아니, 사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 검소한 식사 한도액에 걸렸을 뿐. (메인 대신 디저트를 먹었어야 했다. 프랑스에서 메인 디쉬는 망하기 쉬우나 디저트는 언제나 옳다!!)

느끼한 고기의 뒷맛을 없애러, 푸른 벽의 미국식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와 함께, 구겨놓은 듯한 과자가 함께 나왔다

컵케이크 등 알록달록 미국식 디저트를 내세운 카페에 들어서자 아랍 풍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독서를 하러 안쪽 싱글 소파에 앉으니 맞은편, 이십 초반의 두 남녀 커플이 목을 흔들며 고갯짓으로 아랍 식 춤을 흉내 내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기가 아닌 곳, 이국적인 다름에 대한 선망은 프랑스인도 예외가 아닌 듯, 우리가 가보지도 않은 파리를 그리워할 때, 어떤 파리지엔(보들레르였던가..) 은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다’고 울부짖으며, 지겨운 일상의 탈출을 꿈꾸기도 했다.


여기저기 맥 북을 들여다보며 공부와 일에 전념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일상에서도 타국과의 비교는 이루어진다.

프랑스의 카페는 커피나 차를 주문하면 함께 과자나 초콜릿이 나온다. 처음에는 그저 서비스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후에 소설을 읽어보니 초콜릿은 프랑스 식의 대접인 듯하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집도 반드시 초콜릿을 차와 함께 대접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여자 친구인 질베르트 집에서는 영국식으로 ‘차’만 마신다. 결국 그 차이 때문에, ‘이 점을 천박하게 여겨, 자기 가족을 경멸하지 않을까 두려워’ 우리의 섬세한 주인공은 여자 친구를 자기 집에 초대하지 못한다..

이처럼 20세기 초의 프랑스 부르주아들은 영국식 영어 표현이 세련되다 여겼고 (일부러 영어를 섞어 쓰는 창부 오데트라던가..), 영국의 골프와 같은 스포츠도 신식이라 여기며 새로운 세련됨의 상징이 되었다.



식전, 아침 메인을 기다리며..


부슬 비가 오는 날, 니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 시간.


조그만 베이커리 겸 카페에서 전형적인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누렸다. 오렌지 주스와 모카 라테, 바게트와 크로와상, 그리고 과일 샐러드와 다른 뭔가를 주문했지만, 뭘 먹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그때의 스케치도, 무엇을 먹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식사 중 스케치

꽃이 그려진 접시에 뭔가 (느끼한) 아침이 나왔고, 옆에 놓인 책은 독서하며 식사했다는 암시를 줄 뿐이다.


너무나도 적나라한 사진과 다르게, 스케치의 이러한 부정확성은, 굳이 기억에 남을 정도가 아니면 흘러 보내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도 조그만 테이블 위의 작은 꽃병은 기억이 난다. 꽃은 싱싱한 생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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