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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Nov 17. 2019

10 가끔 파리랜서라고도 하지만...

내가 라디오 작가가 됐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대략 이랬다. '우와 방송국! '

부모님도 딸이 방송국에 다닌다는 사실을 내심 뿌듯해하셨다.

하지만 나는 말했다. 빛 좋은 개살구야!




방송사의 작가는 대부분이 프리랜서 신분이다. 방송사의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 퇴직금, 보너스, 연차, 월차도 없고 4대 보험의 혜택도 없다. 나 역시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을 오롯이 자비로 내고 있다. 무엇보다 힘든 건 고용불안이다. 요즘은 그나마 계약서를 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다음 개편 때까지 대략 6개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들끼리는 자조적으로 파리 목숨에 빗대 '파리랜서'라고 뼈 있는 농담을 하곤 한다. 




한 때 이런 처지가 싫어서 파리 랜서를 그만두고 나인 투 식스의 삶을 살아본 적도 있다. 그런데 답답했다. 프리랜서의 생활방식이 이미 몸에 배어버린 탓이었다. 무엇보다 오프닝을 고민하고 브릿지를 쓰고 섭외를 위해 낯선 이에게 전화가 하고 싶었다. 나는 이 일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그래서 다시 돌아왔다. 물론 우리 삶이 동화 속 해피엔딩이 아니 듯 나는 지금도 가끔 분노하고 가끔 기뻐하고 또 가끔 슬럼프에 빠진다. 섭외가 안돼서 애를 먹기도 하고 라디오 작가 일을 마음 편하게 하기 위해서 부업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도 한다. 그래도 라디오 작가는... 가끔 파리랜서라고도 하지만 매력적인 일이다.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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