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늦은 새벽 잠자리에 누워 핸드폰을 하다가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이 올라왔길래 졸린 눈을 비비며 주문글을 썼더랬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간밤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거다.
하필 오전에 동네 카페 글을 훑다가 연달아 인증샷이 올라오는 푸짐하고 맛난 아구찜 사진을 봐버렸다. 몇 개나 되는 게시물을 읽으며 침샘이 폭발하고는 오늘 반드시 아구찜을 먹어야할 이유를 스무가지 쯤 만들어서 나를 설득해버렸다.
배달앱을 켰다 닫았다 몇 번 망설임 끝에 인류침공의 괴수를 향해 최종병기 미사일을 발사하는 비장함을 담아 주문 버튼을 터치했다. 그리고 도착한 오늘의 아구찜은 과연 맘카페 엄마들의 감탄처럼 세 번은 넉넉히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같이 온 와사비간장에 고니와 콩나물을 푹푹 찍어 먹으며 오늘의 선택을 칭찬했다.
내 배가 부르면 애들 밥 차리는데도 느긋해지는 법이다. 게다가 오늘은 방학하고 4주 만에 처음으로 두 아들이 사이좋게 도서관 나들이를 나갔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갔는데, 간식으로 햄버거를 먹고 밥버거까지 사서 들어온단다. 책은 과연 몇줄이나 읽었을까 싶지만 저녁준비 하지 말라고 톡까지 보내오는데 마냥 감격스러웠다.
좋다, 저녁에는 소주 한 병 사다가 아구찜 데워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저녁 차릴 부담없어 마음편히 놀고 있는데 문자를 받았으니 잠시 어리둥절해할밖에.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잠깐 오늘 시킨 아구찜을 후회했다. 얼른 간다고 답문자를 보내며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늦어 문을 못닫고 계시나 싶어 식탁위에서 레모나 5봉을 집어들고 집을 나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늘 반겨주는 얼굴이 보인다.
"어떻게, 저 때문에 마감 못하고 계셨던거 아녀요? 죄송해서 어째요, 이거 하나씩 드세요."
"아네요, 아직 시간 있어요. 어머, 괜찮은데.... 잘 먹겠습니다."
건내는 레모나를 받으며 엄마 가게 일을 돕는 착한 아가씨가 웃으면서 말해준다. 그리고는 결제하는 동안에 진열대를 열고는 매운어묵볶음 한 팩을 꺼내온다. 이번에는 내가 놀라고 고마워서 또 한 마디 건넨다.
"어머, 진짜 좋아하는건데. 감사해요, 맛있게 잘 먹을게요."
다시 한 번 웃음을 주고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반찬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며 얼굴이 환해지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이 내일 먹거리가 준비되어서만은 아닐거다. 건내고 받은 마음들 덕에 오늘의 감사가 하나 더 늘었다.
PS1 생각나서 찾아봤다. 재작년에도 단골 반찬가게 이야기를 글로 남겼었네. 그때 그 수능 본 학생이 이제는 수줍고 귀엽게 웃어주는 아가씨가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