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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an 15. 2022

나를 사랑하는 마라톤을 시작합니다.

2022년 1월 15일에 시작하는 새해 다짐.

모든 관계는 나부터 시작된다. 


내가 나를 어떻게 여기는가에 따라 나와 타인의 관계 맺기가 정해진다. 나 스스로와 맺는 기본 설정이 이후 내가 만들어가는 모든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나는 세상과 관계 맺는 것이 힘들었다. 남들은 자연스럽게 뛰어다니는데,  혼자 걸음마를 걷고 있는 것처럼 서툴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알았다. 그건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비교, 비판, 지적, 비난, 폭력, 부족한 사랑, 좌절, 실망, 왜곡된 자아상, 등등등.


성인이 되어 찾아낸 과거의 상처들은 내가 왜 관계를 힘들어 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지만, 똑같은 과거를 지니고도 잘 극복해낸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질타하며 나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겼다.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남을 사랑하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도 모른채 거친 사랑과 이별을 반복했었다. 신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찌저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에 대한 사랑을 체험하면 할 수록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탓에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 하고 힘겨워했다. 아이가 커가며 내 어린 시간이 겹쳐 보여 더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아이와 함께 제대로 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여기에 다 적지는 못하지만, 그 결과로 어쨌든 현재는 그럭저럭 대충 시간 속을 굴러가며 살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고, 두렵다. 반 백년을 살았고 이제 남은 시간은 얼마일 지 불확실한 삶인데,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일이 힙겹다니, 한숨이 굳은 심장을 비집고 새어나온다. 

그럴 때마다 습관같은 자기연민은 또 다시 나를 괴롭히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려한다. 나도 조금은 어른이 되었으니까. 한 번더 생각해보고 뒤를 돌아보고 다시 고개 돌려 앞을 볼 수 있다.


오늘로 새해 첫달의 중반을 지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를 아껴주고, 내가 나를 보듬어 보자.

2022년의 나머지 시간들을 나와 화해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자. 

올해 잘 안되면, 내년까지. 안되면 또 그 다음해까지.


길고, 긴 마라톤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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