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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종은 Feb 28. 2021

육아의 정답을 알려주세요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안되죠?

학창 시절 수학 문제를 풀 때 종종 날 답답하게 만드는 게 있었다. 바로 식은 맞는데 답이 틀린 경우. 답이 틀려 해답지를 보는데 분명 식이 맞다. 근데 어디서 잘못되어 오답이 나온 건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오류를 찾아내기 어려웠다. 답지를 보고 세세히 비교한 후에야 교묘하게 실수를 한 나의 잘못을 찾아낼 수 있었다.


육아를 하면서 그런 수학 난제에 부딪힌 느낌이 많이 든다. 나라고 뭐 육아를 해봤겠나. 덧셈 뺄셈 하는 법 주워들은(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다) 초등학생이 인터넷 찾아가며 정석 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근데 인터넷과 전문가들이 하라는 대로 했는데 결과값이 다르다. 분명 풀이과정은 맞는데 왜 답이 틀리지.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수면교육이 있다. 흔히 말하는 퍼버법(방안에 혼자 눕히고 엄마는 나갔다 들어왔다 하며 달래 재우는 법)은 별로 할 생각이 없었다. 문제는 아기가 안아재워야, 특히 포대기를 해야만 잠을 잔다는 것. 낮이야 상관없는데 밤에 깨서 울면 잠결에 포대기를 주섬주섬 매고 달래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근데 예방접종차 찾은 소아과 선생님이 누워 자는 건 잠버릇이라고 버릇을 들이면 된다고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별건 아니고, 그냥 달래다 보면 점점 우는 시간이 준다는 거다. 육아 선배 친구들의 조언도 들어보니 눕혀서 노래도 불러주고 토닥토닥해주다 보면 울다가 잠든단다. 몸무게 늘어나면 무거워서 안아 못 재운다는데, 아기를 울리더라도 어디 한 번 해볼까 하는 의지가 생겼다.


낮잠 잘 시간이 되자 아기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바로 포대기를 해서 재웠겠지만 누워 자는 버릇을 들이기로 한 날. 아기를 눕혀서 토닥토닥하며 자장가를 들려줬다. 이런, 울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토닥이는 내 손을 거칠게 치워버리는 아기. 누워서 자야 하는데 안아달라고 울며 기어오른다. 이거 힘으로 다시 눕혀야 하는 건가. 아기를 안아 한번 토닥해준 후 다시 눕혔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토닥거리는 내 손은 뿌리치고 나에게 자꾸 기어 온다. 이거 매정하게 뿌리쳐야 하는 거 맞지? 이렇게 불쌍하게 울며 매달리는데 다시 눕혀야 하는 거 맞지? 일단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하긴 했다. 그렇게 아기는 두 시간 정도를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이렇게 자는 건가 싶었는데 10분 정도 자더니 눈뜨자마자 다시 운다. 이상하다 이렇게 하는 거랬는데.


그렇게 3일 정도가 지나고 나는 포기 선언을 했다. 분명 아기가 우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 거랬는데, 도대체가 줄어들지 않는다. 울어도 안아주지 않는 걸 알면 아기가 포기를 한다는데, 우리 아기는 정대만의 화신인가. 포기를 모른다. 칭찬해줘야 하나 헛웃음이 나온다. 아니면 달랜다고 잠깐잠깐 안아줘서 그런가. 하지만 나름 안눕법(안았다 눕혔다 하는 수면 교육법)이라고 한 건데. 그래도 포대기를 뗐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이제... 힙시트로 안아주면 잔다.


거창하게 시작했던 밤 수유 끊기도 실패로 끝났다. 이건 체력전의 실패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론과 실전은 달랐다. 밤 수유는 버릇이기 때문에 젖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안 주나 보다 하고 통잠을 잔다고 한다.


첫날은 울며불며 그럭저럭 넘어갔다. 둘째 날은 울어도 젖을 안 주는 걸 아는지 울어도 금방 잠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수월히 밤수 끊기에 성공하고 통잠 자는 날을 기대했다.


그런데 셋째 날부터 도루묵. 밤새도록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밤수를 끊으면 젖을 안 찾는다던데, 우리 아기는 젖을 줄 때까지 운다. 심지어 잠결에 우는 게 아니라 이제 완전 깨서 운다. 정말 배가 고픈 것 같아서 젖을 먹였는데, 허겁지겁 먹더니 눈을 말똥말똥 뜬다. 아니, 젖 먹으면 자는 거 아니었나? 새벽 3시경, 울다가 잠이 달아나버린 건지 아기는 이제 놀아달라고 보챈다. 한 시간마다 깨서 우는 거 달래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 새벽에 깨서 한두 시간 놀아줘야 한다. 맙소사 포기다. 일주일은 그래도 버텼는데, 도저히 내 체력으론 버틸 수 없었다.


사람 성향이 다 다르듯, 아기도 공식에 들어맞지 않고 다 다르다고 한다. 근데 이게 내가 잘못해서 안 되는 건지, 그냥 아기 기질인 건지 모르겠다. 사실 그냥 아기 기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괜히 엄마 때문에 아기 잠버릇이 이상하게 든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생각해보니 수유 텀도 포기했다. 수유 텀 좀 잡으려고 울어도 버텨보려 했는데 두 시간 내내 우는 걸 오래 버텨낼 수 없었다. 그 결과 8개월인데 수유 텀은 2~3시간 간격이다. 거의 신생아 수유 텀인데, 많이 먹어서 살이 찐 것도 아니니 그냥 먹이고 있다.


육아는 답이 없다는데, 그래도 정말 모르겠다. 아기 눕혀 재워라, 밤 수유 끊어라, 수유 텀 만들어라 말도 많고 방법도 많은데 왜 난 안 되는 걸까. 그래도 또래에 비해 키도 크고 발달도 빠른 것 같으니 잘 크고 있다고 믿을 뿐. 육아는 답지 없나요? 이렇게 하는 거 맞는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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