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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종은 Apr 11. 2021

자연스럽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기싸움보다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요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명확한 철학과 기준이 준비되어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나도 언제나 아이를 기다리긴 했지만, 부모가 될 준비는 임신하고부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육아 카페를 돌아다니며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를 키우기 전에 이미 내 머릿속에는 육아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잡혀있었다.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안 되고, 아이가 울더라도 지지 말고 버텨야 하고. 덕분에 초반에는 육아를 도와주시던 엄마랑도 투닥투닥했다. 엄마는 아기가 편한 대로 해주는 편이었고, 난 그러다 나쁜 버릇 들 수 있다며 나름 원칙을 지키는 편이었다.


하지만 세상사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내 방식에 대한 아기의 반응은 계획과 달랐고 아기의 울음을 참아내기엔 난 마음이 약했다. 그렇게 나는 배운 대로의 육아가 아니라 그냥 아기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육아로 선로를 변경했다. 물론 그게 엄마가 편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아기가 행복한 게 마음이 더 편했다.


나만의 길을 걷자니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내가 괜히 아이 버릇 나빠지게 기르는 건 아닐까, 나 때문에 아이가 규칙적인 생활을 못 배우는 건 아닐까.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육아 선배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는데, 하나같이 그렇게 하면 힘들어서 못 키운다며 좀 울리더라도 틀을 잡아주라고 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육아 초보에게 줏대라는 게 있을 리 없다. 주변에서 그런 얘길 들으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겠다는 마음은 금세 흔들렸다. 그렇게 아이를 울려가며 수유 텀을 만들려고 했고, 눕혀 재우려 하고, 밤중 수유를 끊으려 했다. 물론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울어도 버텨야 한다는데, 이 작은 아이가 우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매번 아이 버릇 들이기에 실패하니 또다시 조바심이 났다. 인터넷에서, 책에서, 주변에서 해야 한다는 육아와 이렇게 달라져도 되는 걸까. 괜히 이랬다 저랬다 아이에게 혼란만 주는 건 아닐까. 고민 끝에 아동가족학과 교수이신 이모께 조언을 얻기로 했다.


“너무 잘하고 있어. 요즘 시대에 이런 엄마가 다 있고, 아기가 너무 행복해할 거야.”


의외였다. 지금까지 내가 습득한 지식과는 정 반대의 말이었다. 사실 나는 모질게 마음먹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이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도저히 양심상 우는 아이를 외면할 수 없으니, 때론 외면해야 한다는 핑곗거리가 필요했던 거 같다. 하지만 진짜 전문가인 이모는 오히려 엄마가 좀 힘들더라도 아기가 요구하는 걸 잘 충족시키는 게 잘하고 있는 거라고 용기를 줬다. 심지어 아기가 젖을 너무 좋아해서 돌 지나도 못 끊을까 봐 걱정이라는 말에 나의 경종을 일깨우는 말을 하셨다.


“그러면 좀 어떠니”


아... 그렇다. 사실 내가 육아의 ‘기준’이라고 잡았던 건 그저 ‘평균’ 같은 거였다. 보통 몇 시간마다 수유를 하고, 보통 언제쯤이면 통잠을 자고, 보통 언제쯤이면 젖을 끊고 등등. 그냥 보통 그렇다는 거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금씩 자주 먹는 사람이 있고 잠을 조금 자는 사람도 있고 사람이란 다 재각 각인 것을 어째서 내 아기를 틀에 맞춰 키우려 했을까.


인터넷에서 육아에 대해 찾아보던 중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블로그를 봤다. 아이 셋을 키우니 얼마나 전문가일까 싶어 유심히 보다 보니 확실히 나의 조바심을 거둬낼 수 있었다.


‘그래, 아기는 그냥 맘 편히 키워도 돼’


첫 아이라 그런지 하나하나 신경이 곤두서 있는 나와 달리, 세 아이의 엄마는 상당히 너그러웠다. 첫째 둘째가 잘라놓은 종이를 셋째가 자꾸 주워 먹는다며 그래도 똥으로 다 나온다는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했다. 하루 종일 아이를 쫒았다니며 과자라도 크게 배어 물면 목에 걸릴까 봐 난리 났던 나와는 확연히 달랐다. 수유 텀을 늘려야 한다거나 밤수를 끊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소아과 선생님도 젖을 물고 계속 자는 거 아니면 밤수를 줘도 된다고 했었다. 5시간 넘게 안 주면 배고플 수 있으니 울면 주라고도했다.


이제 난 아이와 괜한 기싸움은 하지 않는다. 울려가며 버릇들이는 게 내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가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아도 아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항상 안고 있어야 자던 아이는 누워서 안아줘야 자더니 이제 잠들어 눕히면 혼자 잘 잔다. 자다 깼을 때도 무조건 안아 들어야 했는데, 이제 토닥토닥하면 다시 잠든다. 요즘은 안아 재우려고 하면 짜증 내며 누우려고 한다. 그렇다고 아직 누워서 잠들진 못하지만 조금씩 스스로 누워 자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조급하게 울려가며 시키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나도 엄마를 처음 해 보는 거라 서툰 게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려니 힘도 빡 들어가 초긴장모드다. 하지만 뭐든 초보와 프로의 차이는 얼마나 힘을 뺄 수 있는가 아니겠는가. 운동을 배울 때도 음악을 배울 때도 처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힘 빼세요” 다. 아직 잘 될지 모르겠지만 힘 좀 빼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육아를 하고 싶다.


우리 아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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