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 문학과지성사
<투명사회>는 저자의 전작 <피로사회>와 더불어 독일 사회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유명한 저작이다. 문고판 크기의 230페이지 정도 되는 이 책에는 「투명사회」, 「무리 속에서 - 디지털의 풍경들」이라는 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이 비록 분량은 적더라도 쉽게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투명사회>는 철학적인 고찰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몇 번 읽었던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내용을 보면 철학자적인 식견으로 사회를 진단하는 농밀한 솜씨가 일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박하고 다양한 이론을 구사하고 있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한다는 차원에서라도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저자의 간결한 문체는 글쓰기의 전범(典範)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탁월하다.
「투명사회」에서는 9가지 사회를 다룬다. 그것은 ‘투명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사회별로 기술한 것인데 그 사회는 다음과 같다.
긍정사회, 전시사회, 명백사회, 포르노사회, 가속사회, 친밀사회, 정보사회, 폭로사회, 통제사회.
각기 사회의 특징을 살펴보면 ‘긍정사회’는 ‘투명사회’에서 일차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부정성의 사회가 소멸하고 나타난 긍정사회의 모습이 ‘투명사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대로 이런 ‘투명사회’는 ‘동일한 것의 지옥’이자 ‘획일적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전시사회’에서는 발터 벤야민이 주창한 ‘제의가치’에 빗대어 전시사회로 전락한 투명사회의 모습을 고찰한다. 여기에서는 전시되고 상품의 형태를 취한 ‘인간의 얼굴’를 다룬다. 부정성이 제거된 디지털 사진에서 ‘생성’,‘노쇠’,‘죽음’을 지운 시간의 부정성을 고발한다. 전시가치의 대표적인 성형수술과 피트니스클럽에 대한 강박은 ‘전시사회’를 규정짓는 대표적인 특질이다. ‘명백 사회’에서의 ‘투명사회’는 쾌락에 대해 적대적인 사회를 다룬다. 이는 비밀, 베일, 은폐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선명하지 않고, 불명확한 것의 가치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비밀과 어둠은 매혹을 발산하지만 ‘명백사회’는 그런 것들을 단 번에 허물어버린다. ‘포르노사회’는 아담과 이브의 비유를 들어 ‘신성한 옷’이 제거된 현대 사회의 포르노적인 특징들을 진단한다. 전시성의 포르노적인 속성은 시각적인 가치를 우위로 삼는 현대사회를 고발한다. ‘가속사회’는 시간의 위기를 분산과 해체로 본다. 파편화되고, 원자화된 시간은 ‘고유한 시간의 흐름’을 방해한다. 고로 시간의 가속은 모든 시간을 무위로 전락시킨다. ‘친밀사회’에서는 가상의 세계를 다룬다. 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매체에 의한 ‘디지털 이웃의 사촌 공간’은 ‘텅 빈 부재’의 공간일 뿐이다. ‘정보사회’는 무분별한 정보의 남발이 오히려 진정한 정보적인 기능을 저해시키는 정보사회의 폐해를 지적한다. ‘폭로사회’는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으로 상징되는 자기 공개의 투명성이 미치는 ‘투명사회’의 폐해를 일깨워준다. ‘통제사회’는 자발적 파놉티콘으로 불리는 디지털 파놉티콘의 세계를 고찰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투명사회’는 다양한 사회의 특질들을 함유하고 있는 복합적인 사회를 규정한 것이다. 저자가 밝힌 것처럼 ‘투명사회는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새로운 통제사회’라는 정의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책의 뒤표지를 보면 ‘투명사회’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문구가 있다.
‘투명함’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낸다는 믿음 아래 자신의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전시하며 스스로 ‘디지털 통제사회’를 완성해 나가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경고!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벤담의 파놉티콘은 푸코의 저작 《감시와 처벌》의 규율사회를 상징하는 모델로서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면, 소셜네트워크로 대변되는 현재의 디지털 파놉티콘은 자발적인 성향에 의해 점점 더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도 무수히 생산되는 자발적 콘텐츠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것들이 결국 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통제사회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를 마냥 좋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철학적인 견지에서 책을 이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저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투명사회’의 기치 아래 모든 것이 공개되는 것만이 좋은 줄만 알았던 고정관념을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사고의 자극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투명사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저작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틔우고, 사회의 다양한 특질 속에서 투명사회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이 길러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한 단계 사고의 성장을 자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