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 / 21세기북스
<절벽사회>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인구, 일자리, 재벌, 교육, 취업에서부터 임금, 금융, 창업, 주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은 우리 현실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런 문제들은 마치 우리가 촉수를 들이대면 감지될 듯한 첩경에서 우리와 대치한 채 한바탕 육탄전을 치를 듯한 기세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우리를 넘보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대치 상황이 지속되어야 하는 것일까?
고령화 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인구 문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별 탈 없이 살았던 지난 세대와는 달리 지금 우리에겐 세대 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인구 편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요즘 세간에 이슈인 공무원 연금 개혁 또한 이런 인구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 초고령화로 향하는 시대의 흐름은 이제 더 이상 인구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게 한다. 평생직장도 고용의 안정도 사라진 시대,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도 그만큼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개발이 우선시되던 시대에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재벌 정책은 지금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은 또 어떤가? 공교육 정상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는 사교육 열풍은 가뜩이나 힘든 살림살이를 더욱 곤궁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청년 백수 백만 명 시대에 공무원 시험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임금 격차는 빈부의 차이를 확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확대일로를 걷고 있고, 창업은 더 이상 대안이 되기보다는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도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걷잡을 수 없는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의 시민들을 하우스푸어로 몰아간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을까?
저자가 내놓은 해법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개중에는 충분히 대안이 될 만한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 결코 현실화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 의식이나 사회 수준, 정치, 경제적인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한 문제점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단 한 가지로 귀착되는 것이 있다. 바로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생명과도 같다. 모든 가치가 화폐의 축적이라는 가치로 수렴하게 될 때 여기에서 제시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은 그저 미봉책으로 끝날뿐이다.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황금만능주의 풍조는 사회의 전 분야에서 돌이킬 수 없는 모순과 갈등, 폐해를 가져왔다. 궁극적으로 인간 중심적인 삶의 방식으로 사회가 재편되지 않는 이상 부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저자가 제기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되지 않는 골칫거리로 남아 우리를 괴롭힐 것이 분명하다.
<절벽사회>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에 맞갖은 해법과 대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저자의 역량과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 깊이 뿌리 박힌 문제들을 속 시원히 풀어줄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렇더라도 이런 사회 문제들을 사유거리로 삼아 공론화한다면 사회 구성원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에 맞갖은 해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절벽사회>를 통해 그동안 사회에 무관심했던 시간들을 반성하고,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는다면 <절벽사회>는 우리 사회에 포진되어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들춰낸 의미 있는 저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