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 감독(2013) / 중국, 홍콩
<진링의 13 소녀>는 난징대학살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쓴 중국작가 옌거링의 동명의 대표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널리 알려진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작품이다.
난징대학살을 다룬 영화를 본 것이 <존 라베- 난징대학살>, <난징! 난징!>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진링의 13 소녀>는 역사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이전 작품들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이 있다. <난징! 난징!>이 역사적인 사실을 뭉뚱그려 일부 에피소드를 첨가한 것이라면, <존 라베 – 난징대학살>은 실존 인물인 존 라베의 영웅적인 행동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작품들에서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수도 있을 만큼 역사적인 사실을 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진링의 13 소녀>은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재가공한 작품인 만큼 영화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의 흐름이 현실적인 사건보다 더욱 가슴을 저리게 하는 것은 비단 작가의 상상력에만 기인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인간애는 꽃피워질 수 있다는 작가의 인식, 그런 요소들이 영화적인 장치와 결합하여 더욱 감동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난징대학살과 관련된 영화들을 보면 중국군은 무력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군인들은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비록 몇 명 남지 않은 패잔병이지만 각종 화기로 무장한 일본군에 맞서 맹렬히 저항하며, 끝까지 적군에게 타격을 입힌다. 물론 일부 장면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죽음을 아끼지 않고 용맹한 최후를 맞게 되는 이들의 모습마저 초라하게 그려졌다면 상황은 더욱 비참했을 것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무력한 상황이었겠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군인들의 저항을 통해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던 난징의 비극을 다시금 각인시키려는 감독의 의도도 엿보인다.
<존 라베 – 난징대학살>에서도 역사적으로 난민을 구제할 수 있었던 안전지대가 존재했듯이 이 영화에서도 안전구역은 존재한다. 그곳은 다름 아닌 성당이다. 존 라베의 위치는 신부로 분한 장의사가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영화제목인 <진링의 13 소녀>는 이 성당에 소속된 수도자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학생들을 말하는 데 <존 라베 – 난징대학살>의 난민들처럼 이들 또한 그런 위치에서 간신히 목숨을 보전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과 낯선 동거를 하게 된 이들이 있으니 바로 근동의 기녀들이다. 이들 또한 전란의 상황에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성당을 찾아들긴 했지만 더욱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안전구역이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던 것처럼 성당 또한 일본 군인들의 군홧발로 얼룩진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난징대학살이라는 비극적인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는 <진링의 13 소녀>는 전쟁이 낳은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가치를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통해 깊은 감동을 안겨다 준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