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어텐보로 감독(1977) / 영국
영화 <머나먼 다리>는 1970년대 전쟁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당시 연합군과 독일군의 대결을 그린 영화로 교량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장면이 볼만하다. 단연 이 영화에서 백미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수송기의 낙하산 투하장면이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수송기가 허공을 가른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공수부대원들의 낙하산은 마치 하늘을 수놓는 에어쇼처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사상 최대의 작전이라는 영화에 걸맞게 실제로 동원된 군수장비들이 실전을 방불케 한다. 가공할 물량공세 속에서도 제대로 공격한 번 못해보고, 번번이 독일의 기갑사단에 패하게 되는 연합군의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전쟁 중에서도 연합군 측의 포로를 독일군에 인도하여 치료를 받게 하는 장면에서는 전장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전쟁 영화를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파괴되는 건물, 무참히 죽어나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전쟁이라는 것이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고, 황폐화시키는지 몸서리가 쳐진다. 작전이라는 미명하에 하루살이처럼 흩어지는 주검들. 그 속에 절규와 비통과 한이 스며들고, 복수에 복수를 더하는 악의 굴레 속에서 처참하게 말살되는 인간성과 혼란은 전쟁을 더욱 비극적으로 몰고 간다.
다리 근처의 집은 전장의 벙커가 되어 버리고, 시끄러움을 견디기 어려운 노파는 택시를 부르러 나갔다가 주검이 되어 버린다. 군인들에게는 전쟁터이지만 그들에게는 평온한 보금자리였던 집이다. 전쟁터에서 늘 평범한 시민들은 이렇듯 희생양이 되곤 한다. 부상병들의 거처로 잠시 빌려진 또 다른 집은 전쟁의 포화로 초토화되고, 집주인은 아이들을 데리고, 그 집을 탈출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기도 한다. 수많은 폭격으로 전장이 되어버린 마당. 부상병들의 상처와 포화의 잔해로 얼룩진 집은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닌 것이다. 거대한 힘에 희생당하는 시민들. 전쟁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한 권력자들의 목숨을 담보한 게임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전쟁으로 인한 평온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을 영화는 가감 없이 재연한다. 그 속에서 전쟁의 비극과 무모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비록 가까이 있지만 멀게 느껴지는 다리는, 언제든 전쟁을 멈추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장치는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