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한 감독(2010) / 대한민국
학도병의 전쟁실화를 그린 <포화 속으로>는 한 학도병의 편지내용을 토대로 71명의 학도병과 인민군과의 전투를 그려낸 전쟁영화이다.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마치 전장 속에 푹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빠른 내용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화면은 <태극기 휘날리며>이후에 나온 전쟁영화로서는 최고봉으로 여길 만큼 괜찮은 영화이다. 급박하게 펼쳐지는 전쟁 상황 속에서 국군은 모두 낙동강 전선을 방어하기 위해 떠난다. 학교에 마련된 진지에서 학도병들은 아무 지원 없이 며칠간을 버텨야 하는 운명에 처해진다. 처음에는 낯선 만남으로 학도병들 간에 힘겨루기가 있지만 중대장으로 임명된 장범의 통솔력으로 학도병들은 점차 위계질서를 찾아간다. 생전 총 한 번 쏜 경험이 없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오합지졸의 군대는 몇 차례 이루어진 전투를 통해 점차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어 간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의 경험은 학도병들에게 점차 군인으로서의 모습을 요구하게 되는데…….
<포화 속으로>는 학교라는 공간이 전장으로 변해 버린 시대적인 상황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펜 대신 총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아픔을 그린 슬픈 영화이다. 군인들이 없는 전장. 전장으로 변해 버린 학교는 그 자체로서 비극의 태동을 예고한다. 정작 전쟁을 일으킨 세대들은 퇴장하고, 그 세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어린 세대들이 그 자리를 메꿀 수밖에 없는 비극의 역설. 그것이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그로 인해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고 와해되어 버리는 변태적인 진화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군인은 아니지만 교전을 통해 살인의 기술을 익혀가고, 포화에 무감각해져 간다. 그들에겐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다. 오로지 적군으로서 인민군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기에 진지를 지켜야 하고, 돌격해 오는 인민군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어야 하는 것이다. 이념을 넘어 숭고한 목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살기 위해 그들은 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탱크를 향해 폭탄을 품고 적진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반자동소총을 난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예고된 공격 속에서 숨을 죽이고 그 시간을 기다리던 학도병들의 초조한 마음과 불안한 심경이 영화 속에서는 고스란히 투영된다. 자신의 운명을 예고한 듯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장범. 그가 원하던 대로 동료들의 웃음은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그곳엔 주검과 총성, 포화의 잔해만이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 전쟁은 욕망의 극단을 향해 달리는 악의 전령이다. 몇몇 권력을 쥔 자들의 무모한 행태가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만든다. 어린 인민군의 입에서 나오는 이념의 넋두리가 더욱 구슬프게 느껴지는 건 인간이 만든 사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극적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포화 속으로 초대된 이들. 그들의 목숨으로 인해 11시간 동안 인민군들의 진격을 늦출 수 있었다는 내레이션이 화면 위로 흐른다. 그로 인해 국군과 연합군은 전투에서 어느 정도의 작전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청춘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산화한 그들의 목숨은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더 이상 이 땅에 6.25 전쟁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