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를 다닐 때, 음악 시간에 필수적으로, 절대로 스킵이 불가한 과정이 있었는데, 바로 단소 불기였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는 특히나, 단소를 부는 것에 집착(?)을 했고, 학생 전체가 단소를 불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든, 선생님들은 밀어붙였습니다.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에 단소를 처음 접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소리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사실 단소를 턱에 대고, 저렇게 바람을 집어넣는다고 소리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조차 들었습니다. 아래 입에 대고 윗입술을 내밀어서 단소와 턱이 만든 구멍에 억지로(?) 바람을 집어넣다 보니, 단소에는 침만 고여 뚝뚝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기에 한동안, 음악 시간은 제게 공포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매체에서 보는 것처럼 절에서 묵언수행 혹은 새벽 기도하다가 졸면 스님들한테 어깨를 이렇게 가격(?) 당하듯이, 소리를 내지 못하면 단소 혹은 회초리로 어깨를 맞았습니다. 사실 그래서, 음악 시간에는 가급적이면 조끼라던지, 맞았을 때를 대비(?) 하기 위해 옷을 잔뜩 끼어 입고 갔습니다.
생각해 보면, 혹자 분들께서는,
"아니, 선생님이 충분히 알려줘야 소리도 잘 내지 않겠어"
맞습니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 이 소리를 낸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까 말씀드린 것같이 입술 아래턱에, 단소 홈을 고정시킨 후,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어 바람을 아래로 쏘는, 이 단순한 동작만을 선생님께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소리를 내는 방법은 이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자신만의 '감', 느낌으로 터득해야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비슷한 것이 또 있었는데, 군대에서 배우게 되는 사격입니다. 사격 또한 이치가 간단하죠? 목표를 잘 겨눠서 두 개의 가늠쇠 사이에 총구가 들어오면, 호흡을 잠시 멈추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나, 실제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탄착군 형성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총의 반동으로 인해 안경을 착용하신 분들은 더욱 어려움을 느끼실 것이라 보입니다.
상병 때까지 사격을 잘 못하다가, 한 번은 얼차려를 세게 받고서 각성을 하게 되니, 그다음부터는 안경을 써도 20발 중 18발 정도는 꼭 목표에 명중시켜서, 얼차려를 면했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가혹한 외부 자극(?)으로 인해, 저만의 방법을 터득해 버린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 인생은 뭐든 스스로 터득해 살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지식들은 인터넷과 여러 매체들의 발달로, 책 혹은 학교, 전파 방송으로만 지식을 접할 수 있었던 시대와는 달리, 지식에 접근하기가 매우 좋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내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터득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스스로의 몫이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육아 잘하기. 돈 많이 버는 방법, 친구들 간의, 혹은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기 등등, 우리 스스로 터득하고, 노하우를 깨달아야 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 부분들은 부모님께 물어도 아마 잘 알려주시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소를 불 때, 우리 입술 생김새와 혀나 구강 구조가 다른 것과 같이, 우리 인생에는 저마다 다른 조건과 사람들이 살아 숨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생은 이렇게 저마다의 '단소 부는 법'을 터득하듯이,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터득해 가는 연속의 과정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오래전 단소를 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억과 함께 각인되는, 2024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연말인데, 여러모로 마음이 뒤숭숭하고 불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마음을 잘 다잡아야 하는지, 이 또한 스스로 터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소에 입술을 움직여 이렇게 바람을 불어 보고, 저렇게도 불어 보듯, 이렇게 마음먹어보고 저렇게 마음먹어보고, 말입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제가, 나아가 우리가 잘해왔다는 믿음인 것 같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