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생이 키워낸 집사 #5 나오짱 앤드(&) 페코
15년차 집사의 육아반성기 - #고양희씨 (2003~2017)
엄마에게 딸은 재산이지요. 딸에게 엄마는 살아가는 원동력입니다. 사이좋은 엄마와 딸의 관계는 이상적인 걸까요? 내가 바라는 엄마, 내가 되어주고 싶은 엄마 사이에서 나오짱의 마음은 어땠을까 돌이켜봅니다. 나오짱은 딸 페코와 어떻게 지내고 싶었을까요. 또 페코는 엄마와 어떻게 지내고 싶었을까요. 괜히 주인언니가 중간에 끼여서 둘의 감정을 악화시킨 게 아닌가 후회하고 또 반성합니다.
내가 갈치를 선택한 이유
고알못 언니는 엄마와 딸은 마냥 잘 지내는 줄 알았다. 나도 엄마와 삼한사온이면서 그런 환상을 품었다니. 치남매들 중에서 암컷 새끼고양이 한 마리만 내가 키우고 나머지는 분양하기로 한 것. 지금 생각하면 몰라서 미안했던 결정이다.
몰라서 미안했던 결정은 하나 더 있다. 나오짱이 아기고양이를 낳았다는 소식은 미니홈피를 통해 일촌들에게 퍼져나갔다. 아기고양이들을 주변에 분양을 해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에게 입양비를 받고 보내기 싫었던 나는 일촌들 중에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키워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제안을 했다. 무료 분양을 말이다. 그렇게 멸치, 삼치, 꽁치가 태어난 지 2개월 정도 지나고 새 보호자에게 가게 되었다.
한 마리씩 떠나던 날 나오짱이 현관 앞에서 아가들의 냄새들을 맡으며 돌아오길 기다리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떠난 아기고양이들은 ‘생각보다 털이 날려서’ ‘몰랐던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고양이가 방을 너무 어지럽혀서’ 등의 여러 이유로 또 다른 집으로, 또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
갈치만이 나오짱 옆에 남아 '페코'라는 이름을 얻었다. 갈치를 둔 건 내 결정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미묘를 닮아 아주 예뻤다. 크면서 포인트 컬러가 짙어지면서도 가장 눈에 띄는 냥이었다. 이 작고 예쁜 그리고 여린 성향을 지닌 갈치는 홍차 이름이기도 한 오렌지 페코와 어울려 이름을 따왔다. 일본의 유명한 캐릭터 페코짱과도 같은 이름이다.
고양이들의 별자리 사주 (어쩌면 궁합)
당시 둘의 별자리 점을 본 적이 있다.
나오는 게자리 고양이로 보라색이 행운의 컬러였다.
"외강내유형으로 속마음을 알고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장 감성적인 고양이라 언제나 말을 조심해야 하며 용서와 이해를 안다. 내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내 마음속에 먹구름을 걷어주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며, 내가 고양이의 마음속에 한번 자리 잡으면 다시는 떠날 일이 없을 것이다."
"가장 여성답고 예쁜 아기 고양이도 많이 낳는다. 엄마다운 모습으로 아이들과 잘 어울린다. 좀 더 품위 있고 교양 있는 걸 더 좋아한다. 밥 먹을 때는 시끄럽게 소리 내며 먹는 걸 좋아한다."
반면 페코는 물고기자리 고양이며, 행운의 색은 초록색이라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태평스럽고 사교적이고 느긋한 고양이로 보이지만 불안정한 마음을 감추고 있으며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안심이 되는 고양이다."
"공상가 고양이로 고양이 세계와 다른 어떤 곳에서의 삶을 꿈꾸며 창문 밖 무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관찰하기도 한다. 물은 싫어하지만 물고기는 좋아한다. 예술가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극장이나 미술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때로 너무 과민하고 점잖고 수줍음을 타며 예민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소비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는 것보다는 오래된 양말을 가지고 노는 일을 더 즐긴다."
몇 년간 나오짱과 페코는 잘 지내는 듯 보였으나, 결국 잘 살지 못했다. 나 때문이라고 자책했지만, 나중에 나는 이 별자리 점괘를 다시 보면서 둘은 각자의 성향에 맞는 삶을 찾아갔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