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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Aug 15. 2024

냉두부된장덮밥

공휴일 냉털 요리





 광복절이다. 법정 공휴일이라 도서관도 쉰다. 집안일을 마무리해 놓고 반려인을 따라 나갈까 하다 그만두었다. 실은 주방일을 하다가 일찍 채비를 마친 그를 따라잡지 못했다. 태극기 대신 골프채를 휘두르러 간다고 했다. ’나이스 샷‘ 말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으면 좋겠다.



과일을 씻어 놓고 당근 샐러드를 만들고 좀 더 오버해서 버섯조림도 만들어 두었다. 설거지까지 말끔히 마치곤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손수건을 꺼내 땀도 닦았다. 냉장고에 넣어둔 녹차물을 꺼내 매실액을 조금 타서 얼음을 동동 띄워 마셨다. 커피를 끊은 지 2주가 되어간다. 스타벅스에 미숫가루와 매실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냥이들이 좁은 소파 밑에 들어가 나란히 잠이 들었다. 깊은 잠을 유도하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5분 정도는 멍타임을 가진 뒤 생필품도 주문하고 가계부도 정리했다.



아직 한낮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열무비빔밥, 콩국수는 이제 질릴 때도 되었다. 냉장고 남아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다 냉찌개를 만들기로 했다. 자작하게 끓인 찌개를 차갑게 식혀 밥 위에 올려 먹는 것이다.



냄비에 다진 마늘과 된장, 참기름을 넣고 사정없이 볶다가 불려둔 미역과 버섯을 넣는다. 잠시 뚜껑을 닫고 익히면 물이 생기는데, 이때 얼린 두부를 넣는 게 포인트. 수분이 빠진 두부가 양념을 잘 흡수해 훨씬 깊고 진한 맛이 난다. 간장 조금 두르고 기호에 따라 소금으로 간을 하면 끝이다. 과정은 미니멀하지만 건강하고 가성비 좋은 한 끼다. 바로 밥에 비벼 먹어도 되지만 하루 정도 냉장고에 숙성해서 먹어도 좋다. 따뜻한 밥 위에 찹찹한 된장 짜글이를 올리고  계란 후라이도 하나 구우면 인도식 카레 같기도 하고, 광동식 마파두부 느낌도 난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청두 편을 보면서 먹으면 더할 나위 없다. 더위가 지겨운 날 냉장고 털이용으로 이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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