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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Sep 02. 2024

매일 사지 않는 마음

오일장과 채소가게



예전에 일하는 곳 바로 옆에 마트가 있었다. 저녁 7시에 마치면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피곤하고 허기진 몸을 이끌고 불빛에 홀린 나방처럼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기심과 유행, 세일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가공 식품과 각종 소스들을 사다 모았다. 너무 피곤해 아무 의욕도 없는 날에는 하다못해 젤리라도 손에 쥐고 나와야 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면 요리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내가 번 돈으로 또 다른 일거리와 쓰레기를 사다 모은 꼴이 되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 장을 본다. 장날을 체크해 두었다가 필요한 것들을 한 번에 구입하고, 채소가게 커뮤니티에 들어가 싱싱하고 저렴한 것들을 확인한 후 집을 나선다. 건강을 위해 육식과 가공식을 줄이고부턴 욕심도 내려놓았다. 사전에 없는 것은 미리 메모한 뒤 예산 안에서 구입하고,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조금씩 사서 만들어 본다.



장을 본다는 건 어떤 면에선 노동의 시작을 의미한다. 세척, 정리, 보관, 관리, 요리, 설거지까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요리가 즐거움이 되기 위해 횟수와 양과 속도를 줄이는 게 현명한 태도이다. 이제는 필요한 만큼 사고, 먹을 만큼 만들고, 버리지 않을 만큼 냉장고를 채우며 산다. 작게 사고 소식하는 쪽이 건강이나 경제적이 면에서 합리적이다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지켜낸 일상의 여유를 감사하게 누리며 살고 싶다. 이젠 매일 장을 보지 않는 덕에 쓸데없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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