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사람]3. 연애의 잔향

by 박동욱

사랑했지.

사랑했어.

그때는 분명히 그랬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웃음이 났고,

그 사람을 만나면 세상이 조금 더 밝아졌고.

그 사람의 말투, 걸음걸이,

하루의 끝을 함께 나누던 습관까지

모두 내 하루의 일부였다.

그 시절엔

헤어짐이란 단어를 상상도 못 했다.

영원히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사랑만 있으면 충분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멀어졌다.

사정은 많았고, 이유도 있었지만

결국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이.

시간이 꽤 흘렀다.

지금은 그 사람을 떠올려도

가슴이 요동치지 않는다.

이상하게 아무 감정이 없다.

보고 싶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건 서운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그 사람이 내 안에

슬픔이나 분노가 아닌,

좋은 향기로 남아 있다는 사실.

어쩌면

사랑의 진짜 마지막은

잊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아닌

이런 ‘잔향’인지도 모르겠다.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익숙한 향이 스치면

잠깐 고개를 돌리게 되는 순간.

그 순간,

아주 짧고도 조용하게—

“그래, 나도 한때

참 따뜻하게 사랑한 적이 있었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사랑은 끝났지만,

그 사람은

내 삶의 한 페이지에

부드럽게 눌러진 꽃잎처럼 남아 있다.

색이 바랬지만,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름다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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