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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섭박사 Jun 24. 2021

34년 전의 지구

반댈루행성의 밍맹몽 #33

34년 전의 지구

“우린 분명 우주선을 타고 있었는데…, 반댈루 행성의….”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도 몰랐다. 누구도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하여간 지구로 간다니까 다행이야. 가 보면 알겠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우주 엘리베이터는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멈췄다.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계속 즐거운 여행 하시기 바랍니다.”

문이 열렸다. 밍맹몽은 떨리는 마음으로 걸어 나갔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기차역이야….”

“지금 며칠이지?”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밍이가 소리쳤다. 몽이의 손목시계는 8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요…. 오늘이 며칠이에요? 몇 년도 인가요?”

“오늘? 3일이지.”

“몇 년도인데요?”

“뭐? 몇 년도? 하하하, 1988년도지 몇 년도냐? 어제 88서울올림픽이 끝났잖냐. 녀석들 아침부터 장난은…. 학교 안 가냐?”

양복을 입은 무뚝뚝하게 생긴 아저씨가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고 지나갔다. 밍맹몽은 어리둥절했다.

“그래! 신문!”

맹이는 말을 꺼내자마자 기차역 가판대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진열되어 있는 신문을 하나 펼쳤다.

“1988년 10월 3일자….”

사실이었다. 밍맹몽이 온 지구는 34년 전의 지구였다. 밍맹몽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일단 집으로 가 보자!”   

       

변해버린 이상한 동네

“동네는 맞는 것 같은데, 이상하네….”

뭔가 이상했다. 아파트가 줄줄이 이어져 있었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4차선 도로는 아주 좁아져 있었고, 도로 옆에는 작은 탄천도 흐르고 있었다. 24시간 편의점은 없고 어떤 할머니가 계신 구멍가게가 보였다. 과자도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고.

“정말 삼십 년 전 과거로 온 건가 봐.”

밍맹몽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방향도 모르겠고, 냄새도 다른 것 같았다.

“우리 그럼 학교로 가 볼까?”

밍맹몽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학교로 달려갔다. 학교가 더 작아지긴 했지만 이름은 그대로였다. 맞지. 밍맹몽 학교는 맨날 100년 전통의 학교라고 교장선생님이 그랬으니까. 학교에 도착한 밍맹몽은 어느 한 교실 창문에 눈만 살짝 들여다보았다. 

“자~, 이번 시간에는 지층과 단층에 대해 배우겠습니다. 교과서 58쪽을 펴 보세요.”

과학 시간. 많이 들어 본 목소리였다.

“엥? 혹시 교장 선생님?”

수업하고 계신 선생님은 밍맹몽의 교장선생님이었다. 하지만 목소리만 그대로일 뿐 모습은 엄청나게 젊어 보였다.

“휴…, 정말이야 우리가 삼십 년 전 지구로 온 것 맞아.”

몽이가 말을 꺼내면서 갑자기 무서워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 알 것 같니?”

갑자기 밍맹몽 앞에 검은 그림자를 늘어뜨린 어떤 사람이 나타났다.

“누…, 누구세요?”

밍이가 말했다.

“글쎄, 내가 너희들을 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자 밍맹몽은 깜짝 놀랐다.

“어? 너는 은디요?”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은 은디요와 정말 똑같이 생겼다. 마치 은디요를 지구인으로 조금 성형해서 만들어 놓은 사람 같았다. 밍맹몽은 모두 4초 정도 아무말도 못 하고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은디요? 하하, 비슷한 이름이지. 난 은지호라고 해. 나랑 잠깐 같이 갈까?”


<Part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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