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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Oct 26. 2024

쉬운 브랜드 마케팅은 끝났지만 말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의 복잡성에 휘둘리지 마세요.

좋은 미감으로 인스타그램에 느낌 있는 사진 한 장씩 찍어 매일 올리면 그것만으로도 수익화에 성공한 유명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택도 없습니다. 동영상도 잘 찍어야 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붙들어 놓을 수 있도록 마케팅적으로 능숙한 편집도 잘해야 합니다. 사진을 올릴래도 여러 장씩 올리는 게 좋고, 중간중간 영상을 섞거나 개성 있는 레이아웃, 읽을거리를 더 해서 흥미롭게 만들어야 도달률이 올라갑니다.


글쓰기, 카피라이팅은 핵심 기술로 강조됩니다. 크리에이터 본인도 계속해서 얼굴을 비추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공유해야 사람들이 더욱 크리에이터의 브랜드에 즉각적이면서도 깊은 연결감을 가질 수 있다 합니다. 완성된 멋진 창작물이나 제품만을 자랑해서도 안 됩니다. 사람들은 만들어지는 과정과 거기서 얻게 된 경험적 지식 등을 더 궁금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수익화를 하고 싶으면 퍼널을 만들라고 합니다. 뉴스레터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소통 플랫폼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팔로워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통과 타겟팅을 잘해서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찐팬을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진정성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에 커뮤니티 하나씩은 다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광고도 수십 가지 방법으로 하라고 합니다. 네트워킹으로 트래픽을 늘려보라 합니다. AI가 효율에 중요하니 꼭 쓰라고 합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업무 자동화를 하라고 합니다.


이런 걸 다 해내면 “퍼스널 브랜딩에 성공한다”, “월 천을 벌 수 있다”, “원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주장합니다.


이렇게까지 많은 일을 해내는데 브랜딩 안 되고 월 천 수익화에 원하는 자유조차 못 얻으면, 그거야말로 정말 비극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온라인 사업으로 성공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어렵고 이것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참 쉽게 접근합니다. 쉽고 빠르게 느껴지게끔 설득하는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방법을 삽니다. 그렇게 온라인 수익화 방법을 알려주는 온라인 수익화가 흥하게 됩니다.


파는 입장에서 쉽고 빠르다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누구나 쉽고 빠른 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미용상의 이유로 피부과에서 작은 수술을 하는 것을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쉽고 빠른 수술이고 아무 걱정할 것 없이 거슬리던 부분이 깔끔해질 것이라 해서, ‘그럼 하지 뭐’ 그러면서 수술 날짜를 잡고 동의서에 싸인하러 갔는데, 크게 잘못될 경우를 각오하게 하는 서약서를 쓰게 하고 수술 후 회복이 얼마나 지지부진하게 수개월이 걸리는지 설명하더군요. 결심은 다 했는데 그때 가서 갑자기 안 하기도 뭐해서, 속은 걸 알면서도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전혀 쉽고 빠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옥 같은 고통도 아니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겁니다, “처음에 쉽고 빠르다고 하는 것만 믿지 마”라고 하면서.


굳이 안 해도 되었고 가격적으로 부담이 되는 수술이었습니다. 상담 때 솔직하게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지를 설명받았다면, 저는 그냥 나중에 여유로운 부자가 될 어느 날로 수술을 기약 없이 미뤘을 겁니다.


주변으로부터 신수가 훤해졌다는 말을 못 듣고 살았겠지만 어차피 듣기 전엔 상상도 못 한 일이니 아쉬울 것도 없었겠죠. 칭찬도 듣고 거울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진 지금의 저는 물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어차피 할 거 왜 더 빨리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뿐이에요.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이 분명한 이득을 보게 된다면, 쉽고 빠르다는 말 정도는 고객의 기분을 위한 애교이자 고객을 돕기 위한 설득의 기술이 됩니다. 문제는 고객이 이득을 보지 못할 때,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될 때에 생겨나게 되지요. 그건 고객을 도운 게 아니고 사기를 친 겁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에는 본질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는 행위가 포함됩니다. “쉽고 빠른" 것 처럼요.

충분한 가치를 지닌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득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모든 것이 점점 더 상향 평준화됩니다. 내가 파는 양말이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아마 옆집 영희가 파는 양말도 그럴 겁니다.


구매 결정을 내리는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양말에 더 설득당하는가-입니다. 이 설득을 위해 발버둥 치다보니, 편지 서두에 말한 것처럼 너무너무 많은 노력을 브랜드 마케팅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브랜딩은 마케팅과 달리 장기적인 가치와 그 틀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쉽고 빠르지 않을 때 막무가내로 쉽고 빠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이 되어버려 곤란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투명성과 진심이 브랜드에게 무척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도, 왜 마음을 정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날 것의 모습보다는 조금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 사람은 사람에게 설득당합니다. 그러니 누가 파는 양말인지, 양말 파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나랑 잘 맞는 사람이 파는 양말이 더 믿을 만하니까요.


- 사람은 가지각색의 취향이 있습니다. 평소 노출이 잘 되지 않는 양말이라고 해도, 디자인, 소재, 패키지 등이 자신의 취향일 때 더욱 구매가 설득됩니다.


- 사람은 이야기를 궁금해합니다. 뒷얘기라면 더더욱 궁금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양말인지, 그 안에 담긴 사연은 무엇인지, 왜 양말을 만드는지 등을 알아가며 더욱더 깊은 연결감이 생깁니다.


- 사람은 자신에게 궁극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에 관심을 가집니다. 한 켤레의 양말이 주는 편안함이 어떻게 고객의 하루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편이 양말의 기능과 품질에 집중하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 사람은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합니다. 소명의식, 신념, 뜻을 가진 양말이라면 더 쉽사리 설득될 수 있습니다.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양말이 한 예가 됩니다.


- 추천과 입소문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주변 지인이든 유명인이든, 내가 좋아하고 믿는 사람이 신는 양말이라면 더 마음이 가게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평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의견보다는 고객의 주변인과 선망의 대상인 유명인이 중요한 것은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내가 파는 이 양말이 왜 너를 위한 양말인지, 영희가 파는 양말과 무엇이 다른지, 고유의 가치로 설득력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브랜드를 고객에게 닿게 하고, 하염없는 애정 표현과 구체적인 약속 및 설득으로 고객의 갈대같은 마음을 휘어잡는 것.


일관성 있게 가치를 증명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브랜드를 선택한 고객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것.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련한 모든 전략과 전술들은 결국 위의 세 가지를 위해서입니다.


경쟁이 심해지고 점점 더 고객이 세분화되다 보니 엄청나게 복잡해지고 있지만, 왜 하는 것인지를 이해하면 나의 브랜드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여 우선순위를 정해볼 수 있겠지요. 할 것이 너무 많다는 불안감에 압도당해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는 경우도 방지할 수 있겠고요.


파편이 아니라 전체를 보아야 브랜딩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너무 헷갈리고 어렵고 짜증 나고, 다 놓아버리고 싶은 날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좋아요.


영상 편집이 생각대로 안된다고 화를 낼 필요도 없고, 플랫폼과 광고를 늘려야 하나 불안에 떨 필요도 없습니다.


방향을 확실히 잡고, 일관성을 체크하고, 거기에 맞춰 오늘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시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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