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로 Oct 26. 2024

인플루언서 시대가 저물어 간다고요?

알고리즘에 휘둘리지 않는 팬덤 구축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분명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시작은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워를 모으고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을 팔로우하고 콘텐츠를 구독해 주는 팬들의 응원과 지원을 받습니다. 그렇게 창작을 이어가고 영향력을 키우는 시스템 안에서 태어나고 존재합니다. 영향력이 커지면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고, 브랜드가 되고, 걸어다니는 기업체가 됩니다.


TV와 같은 기존 매체의 한계가 인터넷 디지털 공간에서 극복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무 곳에서도 음반을 내주지 않고, 어떤 공연에도 사람이 모이지 않는 가난한 무명의 음악가도, 소셜 미디어에서는 자신의 창의력과 꾸준한 노력으로 기회를 만들 방법이 있으니까요.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 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팬을 모으는 크리에이터들을 돕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원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플랫폼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지금은 예전 같은 선순환보다는 부작용이 더 눈에 띕니다.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같은 건 소모되어 수명이 다한 커리어가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는 지경입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대입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더 이상 개성 있는 크리에이터가 팬을 만들어 유의미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돕는 섬세한 일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을 법한 콘텐츠를 찾아 알고리즘에 태우는 것에 급급합니다.


인스타그램을 약 3년 정도 이상 해왔다면, 어느 순간부터 내 팔로워들이 내가 올린 콘텐츠를 거의 못 보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 걸 기억하실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극적인 릴스(숏폼 영상)가 아니면 도달 및 노출이 형편없게 나오기 시작한 것 역시 기억하실 테지요.


보다 많은 사람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여야 해변의 모래알만큼 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내 팬을 찾으려면 대중부터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죠.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것은 연예인 중에서도 탑급이나 가능한 일인데, 일단 대중부터 끌어와야 내 팬이 생기는 셈이니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연히 꼼수와 사기를 부릅니다. 인간은 욕망이 역량보다 큰 경우가 많거든요.



어떻게 팔로워, 구독자를 모으고 브랜딩과 마케팅을 해서 온라인 수익화를 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그런 콘텐츠들은 지치지 않고 범람합니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아름답게 꾸며진 삶을 보며, “저렇게 돈 벌고 즐겁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라고 궁금해하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날수록, 그들을 밤낮으로 소비하는 일반인들은 현실의 지옥을 해결해줄 수 있는 어떤 기적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기대해 보게 됩니다.


그런 만큼 소셜 미디어는 점점 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사람들로 빼곡해집니다. 모두가 크리에이터인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을 소비하는 청중의 관심과 참여를 원하고, 자신의 팬과 팔로워를 원합니다. 청중이 사라집니다.



크리에이터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알고리즘이 보상한다고는 하지만, 알고리즘이 보상하는 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초반에 순간적으로 집중한 후 몰입을 지속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인플루언서 혹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콘텐츠를 만들든가, 아니면 막막한 일상 속에서 간간이 소비하며 위로받고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도파민 콘텐츠를 생산해야 합니다.


피카소가 나름 자극적인 그의 역작 게르니카를 포스팅한다고 해도, 유명세 없는 신규 계정에 이미지 몇 장이라면 대중도 알고리즘도 외면할 겁니다. 전쟁이 어쩌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떠들어봐야 스크롤이나 당하겠지요.



요즘 같은 때에 모은 팔로워 중 나의 찐 팬들, 나의 콘텐츠와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서 가치를 구매하는 것으로 진정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비율이 과연 어느 정도 될까요?


퍼널마다 전환율을 대략 2~3% 정도 이야기합니다. 물론 97%가 넘는, 아무런 적극적 참여가 없는 팔로워들 중에도 크리에이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내가 하는 걸 따라 해보기 위해 날 관찰하고 있는, 언젠가는 나를 계단 삼아 나보다 많은 팔로워를 모아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다른 새싹 크리에이터들도 무척 많을 것입니다.



크리에이터와 팬이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은 대체적으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팔로워의 숫자는 이제 예전만큼의 강력한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팔로워 수는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고 크리에이터의 소중한 레버리지가 됩니다. 그렇지만 크리에이터와 팬, 생산자와 소비자로서의 관계를 두텁고 끈끈하게 형성하는 것은 팔로워를 많이 모으는 것과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함이 명백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이들이 관계 형성은 뒷전으로 한 채 오로지 팔로워의 수를 늘리기 위해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관련 데이터를 끌어모으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브랜딩 하는 사람으로서 개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인간 사회는 다행히도 자정 능력이 있거든요.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만큼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1) 새로운 플랫폼/커뮤니티의 등장: Patreon이 현재 대표 주자입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찐 팬덤을 만들어 수익화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대안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2) 롱폼의 컴백: 눈에 띄는 속도는 아니지만, 롱폼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애초에 언제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진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자극적인 짧은 영상이 아니라 정제된 긴 글 또는 영상이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반복적인 자극에 지칩니다. 자극적 숏폼에 지친 사람들이 롱폼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크리에이터의 생각과 통찰을 담은 3000단어 분량의 글을 성심성의껏 읽어주는 한 명의 팔로워가, 어그로성 숏폼을 보고 유입된 1000명보다 훨씬 소중한 가치임은 절대 부정할 수 없습니다.


3) AI 인플루언서: AI 인플루언서가 많은 부분에서 인간 인플루언서를 대체할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어디까지나 복제 가능한 카테고리를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소셜 미디어의 많은 문제점이 의외로 해결될 수 있는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인플루언서도 연예인처럼 재능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누구나 다 하려고 하기에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필요한 역할을 해내는 AI 인플루언서와, AI는 못 하는, 인간이기에 의미가 있는 특별한 이야기와 매력을 가진 인간 인플루언서로 정리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이는 오히려 인간들의 인간적 관계 형성을 도울 것입니다. 다 같이 뭐에 홀린 것 마냥 인플루언서를 목표로 하는 대신에, 다양한 목표와 관계적 목적을 가지고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생산과 소비를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알고리즘에 뒤엉킨 물질적 근시안에 휘둘리는 시대에도,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회귀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편향된 마케팅이 사람들을 피곤하게 할수록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결국 가장 인간다운, 자연과 닮은 존재일 때 편안합니다. 단지 그런 무방비 상태가 불안하기 때문에 자극을 찾는 것이죠.


조금 느리더라도, 잔잔하고 든든하게 여러분의 브랜드를 응원하는 팬덤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보람으로 차분하게 생산자의 역할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갑자기 인스타그램 계정 탈퇴하고 산에 들어가시라는 건 아닙니다. 여러 전문가 분들이 알려주는 트렌드와 전략, 전술은 모두 유효합니다. 이용은 하되 거기에 휩쓸려 잔재주에만 집착하지는 마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되면 잔물결밖에 일으킬 수 없을 터이니.

이전 01화 브랜딩과 콘텐츠 제작의 가장 큰 방해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