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이야기 [2024. 2. 14. 수]
그럴 때가 있다. 아무런 일도 없는데 갑자기 어디서 슬픔이 마구 밀려들어올 때. 이럴 때는 쉬이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슬픔이 어디서 비롯된지 모르기에 어디서부터 내 마음을 달랠지 모르는 거다. 그러면 나는 달래기를 포기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슬픈 노래를 듣는다.
최근 양희은 님의 <그러라 그래> 책을 읽었다. 거기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노래에 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떤 노래인지 궁금해 찾아들었다. 오늘 슬픔의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가만히 슬픔을 마주한다. ‘목메인 그 한마디’ 가사를 읊조리며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목메었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한참을 이별로 힘겨워하던 순간을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반짝이던 나와 마주한다. 집 앞에 나를 기다린 그 사람을 위해 급하게 화장을 하고 뛰어나갔던 그날의 공기, 세 번째 만남에 잔뜩 멋 부리고 나서던 그날과 또 다른 여러 날들. 그런데 이상하게 헤어짐을 되짚다 보면 생각의 끝은 언제나 지금의 반려인이다. 지금의 반려인과는 이별의 순간도 있었고, 장거리로 함께 있다 헤어지며 눈물을 찍던 때도 있었다. 밤새 전화를 붙들던 우리는 지금 매일 얼굴을 보며 살며 사랑하고 있다.
오늘 슬픔의 배경음악 덕분인지 지나간 사랑의 기분을 마음껏 되짚어본다. 그러면 ‘그래 나도 아주 반짝이는 사람이었지’라는 마음이 되어 슬픔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혹시 슬픈 마음이 들면 슬픈 음악을 한번 들어보시길. 눈가를 타고 내리는 눈물과 함께 슬픔도 조금은 가실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