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이야기 [2024. 2. 16. 금]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든다. 프리랜서인 나는 대부분 알람 없이 일어난다. 보통 10시쯤 일어나 침대에 앉은 채로 아침 일기를 쓴다. 아침에 쓰는 일기는 그날그날 떠오르는 느낌과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와 다짐들이 차곡차곡 쓰여진다. 밤의 일기와는 또 다르다. 사실 나는 밤에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일기를 하루 두 번이나 적을 만큼 바지런하지도 않고, 이상하게 밤의 일기는 불평으로 시작해서 반성으로 끝난다. 그래서인지 일기는 아침에만 쓰게 된다.
아침 일기를 쓴 지는 며칠 되지 않았다. 지난해에 드문드문 적기는 했는데, 해가 바뀌면서 매일매일 적기로 했다. 다이어리 한 권을 모두 채우고 나면 나는 조금 더 부지런해질까. 예전에 썼던 아침 일기를 읽어본 적이 있다. 아침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때의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온전히 느껴졌다. 그런데 하나같이 글씨가 삐뚤빼뚤 참 못났더라. 어느 날은 못난 글씨체를 의식했는지 글씨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다. 그 후 반듯한 글씨가 몇 줄이어지더니 금세 못난 글씨로 돌아가 있었다.
한참 내가 아침 일기를 적을 때 한 친구가 “왜 일기를 적느냐”라고 물었다. “그냥”이라는 말 뒤에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 말고 다른 걸 해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아침에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를 보내면 더 좋을 것 같기에. 멍하니 있으면 나의 아침을 핸드폰으로 시작할 것 같아서 쓰게 된 아침 일기다. 대단한 이유가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하는 스스로가 뿌듯하다. 책장에 아침 일기 다이어리가 한 권 두 권 차곡차곡 쌓이는 상상을 해본다.